하지만 대선 성적표는 세 사람의 정치적 명암을 크게 갈라놓고 있다. 15% 득표율로 3위에 안착한 이회창 후보는 보수신당 창당 등 총선을 겨냥한 독자노선에 탄력이 붙게 된 반면 이인제(0.7%)·권영길(3%) 후보는 참담한 득표율이 말해주듯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전 총재는 대권 3수에 실패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총재가 얻은 15% 득표율은 충청권과 영호남을 아우르는 보수신당 창당 작업을 구체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 총재는 대전과 충남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와 대등한 경쟁을 펼쳐 내년 총선에서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전 총재 측은 15%를 가까스로 넘는 득표율 덕에 돌려받게 되는 선거비용 150억 원을 기반으로 연말까지 신당 구상을 정리한 뒤 내년 1월 창당준비위 등 실무기구를 구성해 늦어도 1월 말까지는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권영길 의원은 참담한 성적표에 정계은퇴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9월 민노당 경선에서 승리해 세 번째 대권도전에 나섰던 권 의원은 진보적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 이슈로 승부수를 던졌으나 BBK 주가조작 사건 등 대형이슈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권 후보는 선거전이 종착역으로 향하자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민노당에 ‘종자돈’을 달라. 미래를 위해 한 표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오히려 2002년 대선보다 1% 정도 낮은 득표율에 그치고 말았다.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민주당에 복당한 뒤 두 차례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특유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티켓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됐는데도 그의 지지율은 1%대 안팎에 머물렀고 범여권 진영으로부터 후보단일화 내지는 후보 사퇴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이 의원은 대선 참패와 함께 전남 지역 지자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완패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