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왼쪽)과 차우찬이 마치 트레이드된 것처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연합뉴스·일요신문DB
[일요신문] 최형우(34), 차우찬(30), 우규민(32)은 올 시즌부터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되는 FA 선수들이다. 삼성 최형우가 KIA로 갔고, 차우찬(LG)과 우규민(삼성)은 마치 트레이드된 것처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팬들은 이들이 서로 다른 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2017 시즌 개막부터 3명이 연달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먼저 KIA 최형우는 3월31일~4월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개막 원정 경기를 치른다. KBO리그 FA 역사상 최초로 100억 원 시대를 연 최형우가 KIA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다면, 삼성 우규민이 예상대로 선발진에 합류할 경우 삼성의 전(前) 4번타자 최형우를 상대하게 된다.
삼성 우규민이 KIA와의 3연전을 마치면 잠실로 원정 경기를 떠난다. 이 경기에선 LG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을 만난다. 둘 다 선발 투수라 최형우처럼 투타 대결을 하진 않겠지만 우규민이 LG 라커가 아닌 잠실 원정팀 라커를 사용하는 첫 경험을 하게 된다. 차우찬과 우규민은 서로 친정팀을 상대로 선발로 나서게 되는 셈. 그 내용과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고, 행여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다면 KBO리그의 ‘빅게임’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이다.
현재 괌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우규민은 괌으로 떠나기 전 기자와 만나 올 시즌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으로 가면서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 한 가지를 꼽아달라는 주문에 타자들을 거론했다.
“LG에 유독 좌타자들이 많다. 특히 이천웅은 연습게임이나 청백전 때 나를 상대로 계속 안타를 때렸던 선수이다. 오지환, 작은 이병규도 홈런을 뽑아냈다.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지만, 날 상대로 강했던 타자들이 많아 살짝 걱정이 된다. 반면에 내가 삼성으로 가면서 상대하지 않아도 될 선수들도 있다. 최형우 선배가 가장 어려운 선수였는데 KIA로 가신 게 안타깝기만 하다. 같은 팀에 있었다면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또 이승엽, 박한이 선배, 구자욱한테도 좋지 못한 기억들이 있는데 이젠 같은 팀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KIA로 이적한 최형우는 처음으로 태극마크까지 달게 돼 일찌감치 개인훈련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승엽이 형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승엽이 형이 뛰는 마지막 선수 시절을 내가 함께하는 것이다.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가. LG 선수 시절, 마운드에서 승엽이 형을 상대할 때마다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만큼 존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승엽이 형이 1루수로 출전하면 내가 견제구 던질 때 서로 호흡을 맞출 수도 있다. 정말 상상만 했던 장면이 현실로 펼쳐지는 것이다.”
우규민은 삼성과 FA 계약을 맺고 마음을 추스른 후 이승엽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님,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에 제가 형님과 함께 야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엽은 ‘다 필요 없고, 우리 즐겁게 야구하자’라고 답을 보내왔다고.
우규민은 삼성과 계약 후 또 한 사람한테도 연락을 취했다. 당시엔 LG와 계약 전이었던 차우찬이었다.
“우찬이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후배였다. 우찬이가 삼성에서 같이 뛸 수 있다면 삼성의 명가 재건에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한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우찬이도 자신의 인생이 있기 때문에 LG를 선택했고, 결국 같은 팀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충분히 존중하고, 응원한다.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모양새가 됐지만 우찬이는 분명 LG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편 최형우는 야구 인생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올 3월로 예정된 WBC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 것이다. 최근 문자로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해서 몸이 많이 힘들다”고 토로한 최형우는 지난 17일 일찌감치 괌으로 떠나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좋은 시기는 다 지났다”면서 “새 팀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괌에서 보내는 시간은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