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주변에서 박근혜 의원이 대선기간에 삭발하려 했다는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9일 합당 기자회견. | ||
한나라당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대선 관련 뒷이야기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근혜 의원의 이른바 ‘삭발설’이다. 문제의 ‘삭발설’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선전으로 영남에서마저 지지율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자 이 후보의 측근인 한 당직자가 박근혜 의원에게 삭발을 권유했다는 것. 하지만 박 의원의 완곡한 거절로 ‘삭발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삭발설은 지난 대선 때 박 의원이 정몽준 대표와 노무현 후보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의식을 강행하려 했다는 것. 그러나 이회창 후보 특보단의 만류로 중도에 포기했다는 게 골자다.
앞의 삭발설의 경우 최근 국내 한 일간지를 통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에게 삭발을 권유했던 당직자가 사후보고를 하자 이회창 후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탁을 했군요’라며 달리 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삭발설 가운데 어느 것이 사실에 가까울까. 이회창 전 후보 측근들의 얘기대로라면 일단 ‘후자’쪽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삭발설은 대선 며칠 전 박 의원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당시 박 의원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준비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후보 측근들 사이에서 ‘박 의원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삭발 의식을 거행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
당시 이 후보를 보좌하던 한 측근은 “‘박 의원이 노무현 후보의 후보단일화와 정책의 한계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자진해서 삭발을 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당시 이 후보 특보들이 이런 소식을 듣고 (박 의원측에) 만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측근 인사는 “당시는 후보단일화 이후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영남권에서조차 흔들리던 상황”이라며 “부산권 여러 의원들이 단체로 삭발 의식을 하려 한다는 소식에 우리가 만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의원측은 애초부터 삭발 의식은 있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측의 한 핵심측근은 “삭발과 관련된 일은 공식적으로 기획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중요한 일이라면 의원께서 말씀하셨겠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인사는 “그냥 대선 과정이 치열했던 탓에 지나가는 이야기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측의 또 다른 측근 인사도 “대선이 너무 허탈하게 끝나서인지 그냥 지나가는 블랙유머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의도 일각의 삭발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당직자는 “당시는 영남표를 결집할 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절실했던 상황이었다”며 “박근혜 의원에게 삭발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단지 소문으로만 돌릴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야기 성격상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삭발’ 비슷한 제의가 전해졌을 가능성은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삭발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소문에 등장하는 양 당사자의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어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 단 하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박 의원이 자진해서 삭발을 하려 했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오랫동안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가꿔왔다. 이 모습이 TK지역과 장년층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박 의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셈이다.
실제로 박 의원측의 한 측근인사는 “박 의원은 지금의 헤어스타일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라며 “설사 당시 삭발을 했다 해도 이회창 후보 지지율에 보탬이 됐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