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일단 문형표 전 장관의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국민연금기금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수익성, 안전성, 공공성, 유동성 등 4대 원칙은 물론 ‘다른 목적을 위해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금운용의 독립성’ 원칙을 준수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제4조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은 개별적인 투자 결정 과정에서 독립성을 보장할 특수 장치를 마련했다. 기금 운용에 있어서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한 자물쇠라 할 수 있다. 첫번째가 국민연금공단의 전문가 조직인 기금운용본부다. 특히 이번 삼성 합병처럼 공단이 소유한 특정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선 기금운용본부 산하의 투자위원회가 심의 및 의결하도록 돼 있다.
두 번째는 보건복지부에 독립 설치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전문위원회)’다. 전문위원회는 앞서의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어려운 안건에 대해 심의 및 의결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절대 외부의 입김 등 투자 의사 결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문형표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관련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승인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말경 대통령비서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고 본인의 장관 직위를 남용했다.
즉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연금정책국 소속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담당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이를 통해 연금 운용에 관한 안건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여 삼성 합병 찬성 의결을 유출하도록 시도한 것이다.
기소장에 드러난 문형표 전 장관의 직접적인 불법 행위는 대략 이러하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 경 복지부 장관실로 C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을 불러들여 “국민연금공단에서 합병 찬성을 의결하여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C국장은 D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며 “삼척동자도 다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측은 2015년 7월경 C국장에게 “이 사건 합병은 이전 SK합병 안건과 마찬가지로 ‘전문위원회’에 부의하여야 한다”는 거부 입장을 전달했고, C국장은 곧바로 문 전 장관에 전했다. 하지만 문 전 장관은 이 안건을 전문위원회에 올릴 경우 합병 성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C국장은 다시 D본부장에게 “투자위원회에서 의결을 찬성 결정하라. 장관의 의중”이라고 압박했고 D본부장의 수긍 답변을 받아냈다.
D본부장은 삼성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의 손실이 명백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리서치팀을 종용해 합병비율 및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 수치를 조작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전문위원회 측은 D본부장에게 앞서의 안건을 심의 및 의결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이는 묵살됐다. 결국 2015년 7월 17일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 합병은 완성됐다.
청와대의 뜻을 받든 문형표 전 장관은 두 개의 연금운용 안전 장치 중 전문위원회에 안건 부의를 막고, 또 다른 안전 장치인 투자위원회의 합병 찬성 의결을 종용한 셈이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청와대라는 몸통의 하수인으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기소장에 적시된 문형표 전 장관의 두 번째 혐의는 위증이다. 문 먼 장관은 2016년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문 전 장관은 앞서의 혐의에 대해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선 보건복지부나 공단 이사장이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으며 청와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문 전 장관이 위증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