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12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가진 현판식에서 박영수 특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국정농단 핵심 인물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수사는 8부 능선을 넘어가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특검팀은 ‘수사 기간을 30일 더 연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 의견이 나뉜다.
현재 특검팀이 가장 ‘메인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삼성 등 대기업과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의혹 수사 부분. 특검팀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34일째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하며 ‘일희일비 하지 말고 전진하라’며 대통령 수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분위기 조성에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특검팀 내에서조차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검팀의 1차 수사 기간 데드라인은 2월 28일. 한 차례(30일) 더 연장하면, 3월 말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를 30일 더 연장하고 싶은 게 특검팀 분위기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황교안 총리(대통령 권한대행)가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30일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 점을 감안해, 70일 안에 수사를 끝낸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해 현재 2월 말, 3월 초에는 결론을 내겠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흐름 아니냐”며 “이번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총리로 주요 역할을 다 해온 황교안 총리 입장에서 30일짜리 특검팀 수사 기간 연장 결정은 탄핵될 가능성이 높은 박 대통령의 체포 및 구속을 허가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검은 최근 2월 초에는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해, 박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 측에 대한 심리적 압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검찰 수사나 헌재 심리에 비협조적이었던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도 협력하지 않을 경우 정치권과 여론 등 대내외적으로 수사 기간 연장 필요성과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적 성격의 발언’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이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꽃다발이 배달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는 또 “그럼에도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결과를 받게 되서 ‘법리를 촘촘하게 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만큼 수사 완결성을 높여야 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향후 수사 진행 시 대기업 총수나 핵심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제 청와대를 겨냥한 압수수색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어제(22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강제수사(압수수색)는 계속 언급되고 논란이 되고 있다”며 “특검 수사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므로 현재까지는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았으나 차질이 없도록 정확하게 향후 일정을 조율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소환 조사 필요성도 거듭 피력했다. 이 특검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대해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의 공모 여부가 쟁점이며 박 대통령 대면조사 성사를 위해 설득하고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박 대통령 측이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바 없다며 ‘허위 내용의 영장 범죄사실’을 보도한 언론 측과 이런 내용을 언론에 넘겨준 특검 관계자가 실제로 있다면 고소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특검법 12조에 따라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