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자 정치 신인으로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일찍 정치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은 직업 정치인이면서 재산은 20억 원 정도. 물론 병역을 온전히 필하고 전과가 없어야 하며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호남에서는 대통합신당의 공천을 받을 것.’
이 상이 역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 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타난 국회의원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러하다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회의원들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국회의원은 점차 젊어져 40대가 유리해 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과 분화에 따라 전공은 정치·외교학이나 경 상학이 법학과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학력도 높아져 앞으로는 국내외에서 석박사 학위를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유학파도 상당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왕 국회의원을 하려면 일찍부터 정치에 뛰어들어 직업 정치인으로 일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 출신 지역에 따라 정당을 잘 선택해야하는 점도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연령.
17대 국회 개원 당시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51세였다. 이는 15대 이후 점차 젊어지고 있는 추세로 15대는 54.4세, 16대는 54.2세였다.
15대의 국회의 경우 30대 의원은 9명(3.0%), 40대 59명(19.7%), 50대 157명(62.5%), 60대 이 상 74명(24.7%)으로 고령화 양 상을 뗬다. 16대의 경우는 30대 10명(3.7%), 40대 59명(21.7%), 50대 107명(40.4%), 60대 이 상 97명(35.6%)으로 약간 낮아졌다.
과거 1대부터 14대까지 역대 국회의원 3306명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대 0.4%, 30대 12.5%, 40대 41.6%, 50대 34.6%, 60대 이 상 10.9%였다. 역대 국회의원들의 경우 10대와 13대, 14대를 제외하면 40대가 41.6%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34.6%, 30대 12.5%의 순으로 40대와 50대가 입법 활동의 주역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대부터 9대까지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0살을 넘지 않았다.
17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이 세 살가량 젊어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역풍’으로 국민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진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40대 의원이 102명(34.1%)이나 차지했으며 60대 이 상의 정치인은 4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50대는 여전히 가장 많아 121명(41.7%)을 차지했지만 16대에서는 10명 남짓하던 30대의 국회의원도 23명이 당선돼 평균연령을 낮추는데 한 몫을 했다.
국회의원의 고령화 추세는 초선 의원들의 비율이 줄어든 때문이기도 하다. 초대 국회를 제외하고 역대 국회에서 초선의원이 많았던 것은 헌정 초기인 2대(85.2%)와 3대(72.4%)였으며 정치적 격변기인 5.17 군부 쿠데타 이후의 11대(78.3%)와 5.16 후의 6대(61.7%)에서도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서는 14대 39.1%, 15대 46.9%, 16대 40.6%, 17대 62.9%였다. 17대에서 정치 신인이 대거 등장한 것은 앞서 지적한 ‘탄핵 역풍’ 때문으로 이는 탄핵 역풍이 하나의 정치적 혁명과도 비유될 수 있음을 뜻한다.
역대 국회를 통해 언제나 초선 의원들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재선 의원, 3선 의원 등의 순서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선 의원의 비율은 정치 상황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재선의 경우 15대 21.7%, 16대 30.4%, 17대 18.4%였다.
국회의원들의 직업적 배경이 다양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직업 정치인 등 특정 직업에 편중되는 현 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지적할 만한 하나의 특징으로 지적되고 있다.
직업 정치인(현역 국회의원을 포함)의 경우 9대까지는 50%를 넘지 않았으나 이후 점차 늘어나 14대 80.6%, 15대 76.2%, 16대 81.7%로 크게 늘었다. 직업 정치인 다음으로 다수를 차지한 직업적 배경은 법조인으로 15대 7.4%, 16대 6.9%였으며 그다음으로 교육자, 공무원, 의·약사, 상업, 언론 출판, 농업 등의 순이었다.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말해 주는 앞서 분류한 직업 이외의 직업군인 ‘기타’의 경우 11대까지 19~47%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나 15대 7.7%, 16대 6.9%로 크게 낮아지는 추세다.
▲ 국회의사당 | ||
17대 국회는 특히 여성의 정치참여가 크게 높아진 시기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39명의 여성의원이 탄생하면서 “여성만 가지고도 한개 정당을 꾸릴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여성 정치참여의 폭이 갑작스럽게 넓어진 계기는 16대 총선 이후 비례대표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는 것을 의무화하는 ‘여성할당제’가 도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15대의 경우 여성 의원은 지역구에서 2명 전국구에서 7명이었으며 16대에서는 4명의 지역구 여성의원과 전국구 12명이 배지를 달았다.
학력 면에서 보면 15대 이후 국회의원들은 대졸 이 상의 고학위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추세다. 15대에서는 대졸 이 상 학력자가 299명 중 280명이었고 16대에서는 대졸 이 상 출신자가 전체 국회의원 273명 중 249명 이었다. 17대에는 전체 의원 299명 중 288명이 대졸 이 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7대에서는 대학원 수료 이 상의 학력자도 무려 147명에 달했다. 박사학위를 소지한 당선인만 해도 54명이다.
출신대학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15대의 경우 서울대 41.0%, 고려대 13.5%, 연세대 4.9%, 육사와 중앙대 각각 3.8%, 성균관대 3.1%, 동국대와 부산대 각각 2.8%, 한양대와 경희대 각각 2.4%, 경북대와 건국대 각각 1.7%였다. 16대에 들어서도 서울대 편중 현 상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지만 더 많은 수의 대학이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16대의 경우 서울대 39.9%, 고려대 12.5%, 연세대 6.1%, 성균관대 4.6%, 한양대 3.8%, 경희대 3.4%, 중앙대 건국대 각각 2.7%, 동국대 육사 각각 1.5%, 부산대 경북대 각각 1.1%였다. 17대의 경우 대학은 더욱 다양해 졌다. 국회의원을 배출한 대학은 국내만 모두 49개 대. 해외에서 대학 등을 나온 유학파도 15대 1.7%, 16대 2.3% 17대 2.2%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공별로는 법학 전공자의 국회 진출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최근 사회의 다양화를 반영해 여러 학문 전공자들이 진출하고 있다. 1대에서 14대까지의 통계를 보면 법학이 30.2%였으며 경제·경영학 19.8%, 정치·외교학 16.6%, 인문·사회계 7.9%, 행정학 7.8%, 군사학 7.4% 등의 순이었다. 15대의 경우는 법학 31.0%, 정치학 23.6%, 경제·경영학 12.9%, 인문·사회계 9.7%, 의약 5.2%, 군사학 4.5%, 이공계 3.8%의 순. 16대는 법학 28.9%, 정치·외교학 24.3%, 경제·경영학 13.3%, 인문학 12.2%, 행정학 4.2%, 교육학 3.8%, 이공계 3.8%, 의약 3.4%였으며 군사학은 1.9%로 크게 줄었다. 17대의 경우는 법학이 여전히 30.1%로 가장 높았지만 경제·경영학 21.1%, 정치·외교학 14.4%, 인문·사회계 10.4%등의 순이었으며 행정학과 교육학(4.3%) 신문방송학(1.7%)등이 대두하는가 하면 특히 이공계(7.0%)와 치의약학계(2.0%), 농업계(1.3%)도 두각이 눈길을 끌었다.
국회의원들의 군 복무 비율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편이다. 15대 때는 “국회의원 중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의원이 3분의 1에 이른다”는 여론 때문에 공직자들의 병역 이행 여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었다. 당시 여성의원을 제외한 병역 대 상 의원은 290명. 이중 병역미필자는 112명에 달했다. 군 복무를 하지 않은 112명의 의원 중에 애초에 면제를 받은 의원은 73명이었고 나머지 18명은 군복무 중 가사, 질병 등의 이유로 면제 처분을 받은 의가사제대자였다. 나머지는 학생 운동으로 인한 옥살이와 형사 전과 등의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다.
16대에서는 군 복무 비율이 상당히 높아져 미필 의원은 15대 미필 의원의 반수로 줄었다. 여성의원 16명을 제외한 257명의 의원 가운데 병역 미필자는 62명으로 75.5%의 병역 이행률을 보인 것.
17대에서는 여성의원을 뺀 병역 대 상자 260명의 국회의원 중 병역 미필자는 63명으로 이전보다 더욱 줄었다. 16대와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국회의원 수는 비슷하지만 국회의원 총수가 16대보다 26명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군복무 이행률은 76%에 달한다. 반면 ‘386 의원’들은 56%로 낮은 병역 이행률을 보였지만 군 면제 사유는 대부분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전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5대부터 17대까지를 살펴보면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는 당선자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시국사범으로 파렴치범과 같은 반사회적 범죄자는 매우 적었다. 17대에서 전과를 보유하고 당선된 후보는 열린우리당 44명, 한나라당 9명, 민노당 6명, 민주당 3명이었다. 16대에서 전과자는 38명으로 17대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였지만 반사회적 범죄 전과 기록이 있는 당선인도 3명이 있었다.
이처럼 15·16·17대 3대에 걸친 총선의 당선인들의 면모는 상당히 변화된 양 상을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호남 대 영남’의 ‘동서분할’ 구도로 나눠진 지역색은 고질적으로 변함이 없는 부분이다.
15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인 군산 을에서 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 이변이었을 뿐 지역색을 깨는 경우는 극소수의 무소속 후보들 외에는 전무했다. 16대 총선에서도 이런 지역색은 개선되지 못해 한나라당은 영남지역 65석 중 무소속이 당선된 울산을 제외한 64석을 석권했다. 호남에서도 29석 중 민주당이 25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4석은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선거 후 모두 민주당 입당했다. 17대 총선에서도 역시 호남지역은 열린우리당이 영남지역은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