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뒤 경찰서에서 범죄자 정보를 들고 찍힌 박 씨 사진. 사진=제보
이 사건을 두고 “올가미식 셋업 범죄 아니냐”는 필리핀 내 한인 사회의 반응이 거세지고 있다. 셋업 범죄란 경찰을 포섭해 죄가 없는 사람에게 함정을 마련한 뒤 고소하거나 신고해서 뇌물을 요구하는 기획 범죄를 말한다. 박 씨의 지인 등은 “필리핀에 온지 1년도 채 안 되고 영어도 잘 못하는 박 씨가 일면식도 없는 필리핀인에게 심각한 살인 협박을 했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박 씨는 최근에 한인 A 씨를 고소했는데 이를 앙갚음하려 A 씨가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인 등은 이어 “박 씨는 지난해 4월 A 씨에게서 땅과 집을 구입했지만 매매 서류를 받지 못하자 그 해 12월 A 씨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A 씨는 기소중지 된 범죄자이자 불법체류자인데 자신을 고소한 박 씨에게 복수하려 자신의 회사 직원 비벤치오 칼마와 경찰 등을 매수해 이와 같은 셋업 범죄를 꾸렸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인 사회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익명을 원한 한 한인은 “셋업 범죄가 너무 만연해서 마음 놓고 살 수가 없다. 특히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에 숨어든 사람을 빠른 시일 내에 잡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는 각각 3살과 6살, 9살 자녀 3명을 두고 있어 졸지에 이들 자녀는 고아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었다. 하지만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빠른 조치로 박 씨는 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향후 공판 등의 일정 역시 대사관에서 챙길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영사가 이미 박 씨를 만났다. 보석으로 오늘 7일 풀려났다”며 “셋업 범죄 여부 및 A 씨의 신상을 파악해 상황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