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014년 5월 대구시 중구에서 음식점을 하던 A(45)씨. 예상보다 매상이 적어 시름을 앓고 있을 무렵 한 손님으로부터 단체예약을 받게 된다. 무려 100여명의 손님이 자신의 가게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약을 하던 50대 손님이 “단체예약 음식값 200만원을 내일 수표로 줄테니 잔돈을 먼저 달라”고 했다. 거절했다가 모처럼의 단체예약이 거절당할까 두려웠던 A씨는 손님의 요구대로 잔돈을 건넸다. 그리고 다음날이 돼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해 10월 채팅어플을 통해 30대 여성을 만난 B(36)씨. 20여일간 채팅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한 그는 여성으로부터 경매투자를 권유받았다. 매월 투자금의 5∼10%를 수익금으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인의 말을 굳게 믿은 B씨는 수억을 건넸으나 이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녀는 수년간 채팅어플을 통해 90여명의 남성들에게 수십억원을 받아챙긴 사기범이었던 것이다.
해가 갈수록 보이스피싱과 보험사기 등 경제 사범에 대한 범죄행위가 늘고 있다. 특히 경제사범의 경우는 날이 갈수록 지능화돼 피해자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폭행, 방화 등 형사사건들에 비해 경제사범의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에게 신고를 했더라도 이미 피해는 발생한 상태. 경찰 역시 지나간 사건을 수사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피의자의 소재를 알지 못해 수배하고 사건 수사를 중지하는 경우에는 피의자 발견 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수년이 지나 운 좋게 검거됐더라도 사건 관계자들의 기억이 흐릿해지거나 주요 증거가 훼손되는 등 실체 발견에 어려움도 많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 경제팀의 ‘악성사기추적팀’이 꾸린지 2년만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악성사기추적팀은 기존 수배자들을 검거하는 한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를 추적·검거해 신속한 수사종결과 피해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꾸려진 팀이다.
지난해 ‘악성사기추적팀’에 의한 피의자 구속은 63명으로 2015년 36명 대비 44.4% 증가한 구속률을 보였다. 경제팀 처리 사건 중 피해회복은 총 426건, 61억 2300만원으로 2015년(43건, 13억4320만원) 대비 890%로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제팀의 지속적인 배치 인력와 더불어 추적·검거에 초점을 둔 수사 문화가 그 비결이라고 귀뜸했다.
악성사기추적팀은 2015년 2월 대구청 산하 10개 경찰서 경제팀 내 꾸려졌다. 이때부터 대구 경제팀의 꾸준한 인력배치를 통해 2년간 44명이 증가, 현재 182명이 경제팀 내 편성됐다. 이 중 160여명이 조사팀을 맡고 20여명이 검거팀으로 나눠 효율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추적팀이 꾸려지기 전의 경제팀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적은 팀원에 비해 사건 배당 건수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팀 관계자는 “과거 1인당 사건 배당 건수는 25~30건으로 그 당시엔 사건을 이른바 처내기에 바뻤다”고 털어놨다. 배당된 사건이 빨리 마무리 되지 않으면 밀려들어오는 다음 사건들로 감당이 안된다.
결국 진척이 더뎌지는 사건은 우선 수배로 전환시키고 급한 사건들을 먼저 처리하게 된다. 수배로 전환된 사건은 2~3년 이상 지나서야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의 구제도 어려워 불만도 많았다.
경제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앉아서 조사만 한다는 이른바 ‘앉은뱅이 수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정원이 크게 늘면서 1인당 보유사건이 10~15건으로 예전보다 두배가량 줄어들면서 ‘발로 뛰는 수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악성사기추적팀이 처음 꾸려졌을 때의 성과는 다소 미비했다. 2016년 검거인원은 총 487명으로, 운영 첫 해인 2015년(485명)에 비해 소폭(0.4%) 증가했다. 그러나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 검거인원은 전체 검거인원 487명 중 342명으로 2015년(180명)에 비해 90% 증가했다.
이는 추적팀 운영 첫 해인 2015년에는 수배자 검거에 집중한 결과 수배자가 크게 감소, 수배자가 감소하자 수사 중인 피의자 검거활동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수사 중 피의자 검거가 늘어나면서 구속은 44.4%(2015년 36명, 2016년 63명) 증가했다. 수사중 피의자를 검거하는 경우 범행 관련 증거·진술확보에 유리해진다. 수배사건에 비해 혐의 입증이 쉽고 법원에서 구속을 결정할 때 범인의 도피 과정, 피해회복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구속될 가능성도 높다.
2016년 경제팀 처리 사건 중 피해회복은 총 426건, 61억 2300만원으로 2015년(43건, 13억 4320만원) 대비 890% 증가했다. 경찰이 신속히 피의자를 검거하는 경우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나 수배자로 검거된 경우에 비해 피의자가 피해금액을 돌려줄 가능성이 높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구속이나 앞으로 재판 시 실형을 피하기 위해 일부라도 변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찰 관계자는 “악성사기추적팀 성과를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운영을 더욱 내실화하는 한편, 주요 수배자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수배자 검거를 강화하고 검거된 악성사기범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수사해 피해회복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남경원 기자 skaruds@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