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기준은 시민 눈높이와 시정”
-당분간 탈당 등 정치적 행보 없을 듯
[광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조기 대선정국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의 거취가 지역정가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안철수계’로 분류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호남구애가 절정을 향해 치달으면서 ‘인간적 의리냐, 정치적 현실이냐’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문·안 두 전 대표가 나란히 광주를 방문한 지난 22일, 오전엔 ‘안 전 대표’와, 오후엔 ‘문 전 대표 함께 자리했다. 윤 시장이 놓인 처지의 한 단면이다.
윤장현 시장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됐다. 이용섭 전 의원 등 지역에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제쳐두고 윤 시장이 발탁된 것에 대해 ’안철수 낙하선 공천‘ 논란이 일었다. 당선 이후에는 당내 유일한 안철수계 지자체장으로 불리며 활약해왔다.
2015년말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도 윤 시장의 ’탈당 후 국민의당 입당설‘이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당 잔류를 선택했다.
윤장현 시장은 거취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줄곧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왔다. “시민들이 명령하는 대로 따르겠다” “광주시정에 어떤 선택이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하겠다”는 게 윤 시장의 강변이다.
그런 그가 국민의당이 싹쓸이한 광주에서 외롭게 잔류하고 있는 데는 ’시민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그만의 정치적 고민이 묻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알짜 기업 유치,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도 다수당의 힘이 더 없이 필요해서다.
친환경차 생산도시 조성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현안들을 풀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원내 1당인 더민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4·13 총선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고 행정이고, 마지막 낙하해야 할 지점은 민생이다. 민생은 시정을 통해 구현돼야 하고,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조기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윤 시장의 거취는 여전한 관심사다. 야권 심장부인 광주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 적자‘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시장이 어느 당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대선결과에 크든 작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문 전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안 전 대표와의 관계는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문·안 두 전 대표가 나란히 광주를 방문한 지난달 22일, 윤 시장이 문 전 대표의 행사에만 참석함으로써 안 전 대표와 선긋기를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윤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으로 알려진 ’포럼 광주‘ 출범식에는 참석했다. 윤 시장이 당 공식 행사가 아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에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시장 측 관계자는 “당원으로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라며 “포럼 측에서 참석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1시간 전 이 행사장에서 900m 가량 떨어진 광주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강철수와 국민요정들‘이란 이름의 토크쇼를 열었다. 안 전 대표에게는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 진원지였던 광주에서 ’안풍(안철수 바람)‘을 재점화하기 위한 중요한 행사다. 민주당 소속인 윤 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날 낮 5.18 당시 헬기 사격 의혹이 일고 있는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을 함께 찾았으나 의전수준에 그쳤다는 평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 시장이 사실상 안 전 대표와 ’정치적 이별‘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으로선 당적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윤 시장의 얘기다.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출마 당시의 당적을 유지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인간적, 정무적 판단이다. 시민들이 ’후보 윤장현‘을 찍을 때는 이름 석 자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점도 넉넉히 고려해 찍었을 것“이라는 게 변함없는 소신이다.”
현재 호남민심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양분된 상황을 고려하면 대선 이전에 입장정리나 탈당 등 정치적 행보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민감한 대선 정국에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조기 대선 가능성 속에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적인 정치상황도 ’결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후보는 물론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이 국민의당을 추월한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윤 시장의 선택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탄핵 가결 후 윤 시장의 당적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지만, 당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탈당하려 했다면 진즉 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윤 시장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한 지역인사는 “시정 책임자로서의 고충도 이해되지만 어려울 때 함께 울고 슬픔을 함께 한 동지를 ‘인간적으로 속 시원하게 선택하는 ‘의리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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