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 놔두면, ‘고도제한 범위’ 넓어지나?
-수요 접근성, 어떤게 유리하나?
사진=일요신문DB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K2·대구공항 통합이전 찬반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대구시가 통합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세다. 그도 그럴 것이 국방부는 당초 보다 일주일 앞당긴 지난달 16일 대구와 수원 군공항 최종 예비이전후보지를 발표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예비후보지는 군위와 의성 2곳으로 압축됐으며, 대구시는 이 날 예비후보지 선정을 앞당기기 위해 국무조정실 등 정부 관계자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벌였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이를 수용하기까지 숨 가빴던 하루를 보낸 것이다. 대구시는 예비후보지 조기발표를 이끌어 낸 것을 권영진 시장의 뚝심이라 자평하고, 통합이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방부가 최종 이전사업을 시행하기까지는 9단계 이전절차가 더 남아 있다. 무엇보다 올 연말까지 최종 이전 부지를 선정을 위한 해당 예비후보지의 주민투표도 거쳐야 한다. 수원은 예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가 선정됐다. 화성시는 이번 예비후보지 선정을 졸속 결정이라 반발하며, 수원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일요신문>은 최근 불거진 대구공항통합이전 찬반 논란의 주요 쟁점에 대해 2회에 걸쳐 ⓵ “갈길 먼데 ‘제동’ 건 이진훈 구청장 ‘왜?’”(일요신문 2월14일 보도), ⓶ “‘‘미래·경쟁’이냐 ‘실리’냐” 등 대구시의 입장과 반대여론의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대구의 예비후보지로 선정된 군위·의성의 큰 반발은 아직 없다. 오히려, “K2 군공항만 보내고 대구공항은 존치하자는 대구시민의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난 45년 여 이상을 전투기소음 고통과 지역발전에 큰 제약을 받아 온 동구는 의회 특위를 구성, 통합이전에 속도를 내자는 반면, 반대여론의 중심에 있는 수성구는 구의회 특위 차원의 대구공항 존치를 주장하고 나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김해공항 확장을 두고 대구와 부산의 신경전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구시의회 공항이전특위는 부산지역 일부 정치권이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발목잡고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규탄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이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줄 사람 의견은 안 물어 보고 받을 사람 의견만 물어 본다”며, 통합이전을 주민투표에 부쳐 가부를 가리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빨리 봉합하고, 이전이든 존치든 사업에 속도를 내는 길이라 강조했다.
#. 민항 존치하고도 K2 이전사업비 마련할 수 있나?
대구공항 통합이전 찬반논란 핵심 중 하나는 7조원 이상 규모의 이전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대구시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기부대 양여’ 방식만이 유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여론을 이끄는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대구공항을 존치하면서도 ‘기부대 양여’ 방식이 아니더라도 K2 이전사업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구공항의 K2 군공항 이전에만 약 7조2500여억원이 소요된다. 국방부 소관이다. 민항인 대구공항은 자체 부지 약 5만평(K2는 약 203만평)을 매각해 이전 사업비를 충당한다. 필요하면 정부 재정도 들어간다. 이는 국토부 소관이다. ‘기부대 양여’는 대구시가 이전지에 군공항을 지어 국방부에 기부하면, 국방부는 국방부 소유의 K2 기존부지 전체 약 203만평을 대구시에 양여하는 방식인 것. 대구시는 기존부지 개발이익으로 이전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진훈 구청장은 “ADPI(파리공항공단)와 국토부의 지난 김해공항 확장 발표 시 대구공항은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 용역 결과였다”라며, “국토부 발표대로 대구공항을 존치하려면 활주로가 있어야 하고, 활주로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 반을 국토부에 팔면, K2 이전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방식은 국방부의 ‘기부대 양여’ 방식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도 전혀 문제될 게 없고, 민항건설(존치)의 책임은 국토부에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구청장의 주장대로 기존 K2부지 반만 팔아서 7조원 이상 규모의 K2 이전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대구시는 “기존 부지를 다 팔아도 K2 이전 사업비를 다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발이익으로 충당하는데, 반만 팔아서는 어림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활주로를 제외한 나머지 반은 그린벨트 지역이라 국토부가 반을 산다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구청장은 “국토부가 김해공항 확장에 약 4조1000억원을 쓴다. 김해공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쓰는 돈을 다 합치면 약 7·8조라 하는데 (정부가)신공항도 안줘놓고 용역 결과대로 민항을 존치해야 한다면, 대구시가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런 용기를 못내느냐”고 토로했다. “기부대 양여는 정부가 돈 한 푼 안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도 K2 부지 전체를 팔아도 원형지 값으로는 이전비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이익으로 충당하려는 것처럼, 그린벨트 지역을 용도 변경해 ‘항공물류단지’로 개발하면, 이전사업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대구시에서 30여년 이상 근무한 경험과 구청장으로 있으면서 다수의 개발사업을 해 왔던 경험에 비춰볼 때, 이 같은 방식으로도 충분히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
한편, 항공기 운행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제2항공교통센터와 항공교통통제센터가 오는 7월 대구 동구 혁신도시 일원에서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권영진 시장은 최근, 대구가 ‘항공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내 비친 바 있다. 이 구청장의 항공물류단지 조성 구상이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사진=일요신문 DB
#. 민항 놔두면, ‘고도제한 범위’ 넓어지나?
대구시는 민항이 존치하면, 고도제한 범위가 현재 보다 더 넓어져 그 만큼 개발제한 지역도 확대돼 도시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 구청장이 주장한 민항 존치를 전제로 한 사업비 마련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반면, 민항이 존치하더라도 고도제한에 따른 개발제한 지역은 확대되지 않는다고 이 구청장은 맞서고 있다.
고도제한은 비행안전을 위해 확보하는 공간이다. 현재 대구공항의 경우 군공항인 K2와 민항이 함께 있지만, 고도제한 규정은 군공항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다. 이 경우 활주로에서 2286m까지 45m(약 15층) 높이까지 허용한다. 반면, 민항이 되면(존치) ‘항공법’에 따른다. 이 경우 공항에서 4000m까지 고도제한 범위가 넓어져 개발제한 지역도 약 두배 가까이 늘어난다. 법대로 적용하면 대구시의 주장이 맞지만, ‘차폐이론’을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이 구청장의 주장이다.
‘차폐이론(shielding theory)’에 따르면, 공항 주변 가장 높은 영구장애물(자연 장애물 또는 이미 지어진 건축물 등 인공장애물)을 기준으로 공항 쪽으로는 장애물의 그림자 속으로 건물이 들어가는 높이(약 5,7도 사선 기울기)까지 건축을 허용한다. 반대쪽으로는 같은 높이로 허용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표준이기도 하다.
이 구청장은 “현재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맞은 편 M호텔과 범어네거리 D건설사 아파트의 경우가 기존 군공항 고도제한 규정 보다 높은 영구장애물로 차폐이론이 적용된 사례며, 동구의 이시아폴리스에도 군공항 규정 17층 보다 높은 25층 규모의 건물이 있다”라며, “민항 존치 시 항공법이 적용되더라도 이 들 건물이 영구장애물로 인정돼 차폐이론을 적용하면 고도제한 범위는 넓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구시는 “이들 건물은 당시 군공항 고도제한 규정 안에 이미 들어온 건물들이기 때문에 고도제한이 완화 된 게 아니다. 설사 민항 존치 시 이들 건물을 기준으로 차폐이론을 적용해 완화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도, 한정된 지역에 불과하다”고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대구공항이 그 동안 항공기와 군용기 이착륙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군공항만 빠져나가고 민항만 남는다고 해서 고도제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은 선듯 이해하기 힘든 부분인 것. 법적용으로는 맞지만, 고도제한은 항공기 안전을 위해 확보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 수요 접근성, 어떤게 유리하나?
대구공항 통합이전 찬반논란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수요와 접근성이다. 대구시는 통합대구공항을 영남지역 거점 관문공항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하는 큰 공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공항규모는 시설규모가 결정 짓는 것이 아니며, 수요가 많고 접근성이 편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부산은 김해신공항을 당초 계획 보다 규모를 더 키우고 완공 시기도 앞당기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총력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발목 잡는 도발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와 부산의 공항 규모와 수요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대구시는 통합대구공항의 활주로를 더 늘리고 규모도 확장해 국내, 동남아 뿐 아니라 미주와 유럽까지 노선을 확대해 영남지역 거점 관문공항으로 하늘 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예비이전후보지 마다 30분 생활권으로 도로망을 새로 갖춰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국토부는 영남권 공항이용 수요를 김해신공항 3800만 명, 대구공항을 200만 명으로 총 4000만 명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는 김해공항의 당초 계획한 활주로 길이로 봐서는 통합대구공항이 500~1000만 명은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최근 LCC(저가항공)가 취항하면서 대구공항 이용객이 지난해 250만 명을 넘어섰다”라며, “LCC의 장거리 노선도 검토 중에 있어 통합대구공항이 규모를 키우고 운영에 따라서는 더 데려 올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구청장은 “공항의 규모는 활주로 길이에 달린 것이 아니고 접근성과 수요의 변수다. 시가 공항을 끼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추세며, 이용을 가장 많이 하는 250만 대구시민이 편리한 공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활주로가 아무리 크면 뭐합니까?, 예비후보지가 김해 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면 대구 수성구를 비롯한 남부지역과 청도, 영천은 다 김해로 간다” 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통합대구공항을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건 일반용어다”라며, “항공정책상 관문공항은 미주, 유럽 등 대륙간 이동을 하는 공항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6000~7000만 명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이 관문공항이고, 38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김해공항은 거점공항, 그 이하인 대구공항은 일반공항이다. 정부가 수요를 보고 항공정책상 그렇게 정해놨는데, 활주로만 크게 만든다고 관문공항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주, 유럽가는 비행기를 띄운다 해도 수요가 없어 일주일에 한 대 뜨는 비행기를 어느 항공사가 취항을 하겠느냐”라며, “수지가 안 맞는데”라고 덧붙였다.
대구공항의 수요에 맞는 편리한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구청장의 지론이다. 그는 “동경의 경우 나리타를 옮겨가고 하네다를 없애지 않았다. 오사카는 간사이공항을 만들고 오사카 공항 그대로 뒀다”라며, “시가 공항을 끼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추세며, 도시는 이런 필수 인프라를 가지고 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항을 한 번 없애면 다시 만들기는 더 어렵다. 필요할 때 김해공항,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우리는 수요에 맞는 편리한 공항으로 놓아두는 것이 실리적이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통합대구공항을 대구·경북이 경제공동체로 상생발전하는 백년대계의 중차대한 사업이라 강조하고 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통한 대구·경북의 경제 유발효과는 생산 13조원, 취업 12만명이다. 시는 K2가 떠난 기존 부지를 스마트시티, 문화예술복합지역, 미래산업·업무지원, 친환경주거단지로 구성된 자연친화적 미래복합도시인 ‘휴노믹 시티’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7조원 이상 규모의 통합대구공항을 짓고도 김해신공항과 무한 경쟁을 펼치며, 국토부가 예측한 일반공항 수준 이상의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영남권에 비슷한 수준의 두 공항을 짓기 위해 수십조를 쏟아 붓는 중복투자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한 경쟁이냐 실리냐” 대구시의 현명한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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