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위함 사업 두고 한국·스페인·독일·일본 격돌…우리만 HD 현대중공업·한화오션 두 곳 도전해 우려도
#해군력 증강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해군력 증강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한 것. 여기에 더해 기존 10척의 수상전투함(구축함, 호위함)을 2040년대까지 20여 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초 9척이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헌터(Hunter)급 호위함의 수를 6척으로 줄이고, 신형 다목적 호위함 11척 건조와 함께 승무원 없이 운항할 수 있는 최첨단 무인 수상전투함 6척을 추가 한다는 방침이다. 호주가 대대적인 건함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최근 중국 해군의 작전영역은 과거와 달리 중국 연근해를 넘어, 호주의 핵심 이익이 달린 태평양으로 넓혀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픈 기억
태평양이 중국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호주 입장에서 악몽이나 다름없다. 일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진주만 공습과 함께 해군을 앞세워 태평양을 넘어 호주 본토 가까운 곳까지 쳐들어왔다. 심지어 시드니항에 일본 해군 잠수정이 침입해 피해를 주기도 했으며, 호주군은 태평양 전선에서 미군과 함께 연합군의 일원으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바 있다. 태평양의 제해권을 중국이 장악하게 되면 호주 본토까지 위험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해군은 각종 수상전투함을 물만두를 빚어내듯 찍어내며 미국 해군과 경쟁 중이다. 현재 중국 해군의 각종 전투함 숫자는 140여 척으로 170여 척의 미국 해군을 바짝 추격 중이다. 다만 각종 전투함의 배수량을 합한 기준으로는 항공모함을 비롯한 대형 전투함을 많이 보유한 미국 해군이 중국 해군을 압도한다. 하지만 전 세계를 작전구역으로 활동 중인 미국 해군의 경우 태평양에 중국 해군만큼의 전력을 배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호주 입장에서는 해군력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호주 3척 해외서 도입, 8척 현지서 건조
호주 해군의 신형 호위함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총 11척 가운데 3척을 해외에서 도입하고 나머지 8척은 호주 현지에서 기술 지원을 받아 건조한다는 점이다. 호주 해군은 그동안 자국 내에서 수상전투함을 건조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핵심은 호주 내 조선소의 군함 건조 역량부족과 강성 노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건조중인 헌터급 호위함이다. 2016년 4월, 호주정부는 앤잭급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한 차기 호위함 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영국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으로 선정된 26형 호위함을 선택했다. 하지만 국내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우선 호주 해군의 각종 요구가 더해지면서 만재배수량이 8000톤에서 1만 톤 이상으로 늘어났고, 한 척당 가격 또한 대폭 상승 중이다. 9척 건조에 투입되는 예산만 350억 호주달러(약 32조 원)에 달한다. 한 척당 3조 원이 넘는 것이다.
#4개국 4척의 호위함 후보 올라
우리 해군의 신형 이지스 구축함이 1조 원이 조금 넘는 것을 계산해보면 많으면 3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여기에 더해 인도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2023년 5월, 호주 언론에 의하면 헌터급 호위함 1번함 취역이 초기 계획보다 16개월이나 밀렸고, 사업 예산도 당초 계획했던 350억 달러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 결과 ‘돈 먹는 하마’가 된 헌터급 호위함을 6척으로 줄이고 새로운 호위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또한 후보 호위함들도 현재 건조 중이면서 각 나라 해군에서 전력화 중인 4가지 종류의 함정으로 한정시켰다. 우리 해군의 차기호위함 배치-Ⅱ·Ⅲ(대구급·충남급), 스페인의 ALFA3000, 독일의 MEKO 200,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어떤 호위함이 유리할까?
일단 후보에 올라있는 4가지 종류의 호위함 가운데 어느 하나가 되더라도 탑재되는 무장과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투체계 그리고 레이더와 소나 등은 호주 해군이 선택해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체계 통합의 경험이 많은 조선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스페인의 ALFA 3000, 독일의 MEKO 200은 자국 해군에서 쓰지는 않지만, 수출형으로 만들어져 체계통합 경험이 많다. 특히 스페인은 호주 해군의 대형상륙함과 호바트급 구축함 사업에 참여한 바 있고 독일도 앤잭급 호위함 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어 체계통합과 호주 해군 사업의 노하우 부분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앞선 상황. 우리나라의 HD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해외에 호위함을 수출한 경험이 있어 체계통합은 강점으로 꼽힌다.
#태평양 작전에는 일본 호위함이 유리
반면 일본은 그동안 호위함을 해외 수출해 본 경험이 없고, 모가미급 호위함은 일부 무장을 제외한 중요 장비는 모두 국산을 사용해 해외장비에 대한 체계통합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태평양과 같은 대양항해에 필수적인 내파성 즉 파도의 충격을 견뎌내는 부분에서는 만재 배수량이 5500여 톤에 달하는 모가미급 호위함이 유리하다.
또한 배가 크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승무원의 거주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대한 태평양을 주 무대로 하는 호주 해군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후보에 오른 다른 호위함과 달리 미래 해전에 핵심인 무인 수상정과 잠수정을 운용한다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차기호위함 배치-Ⅱ·Ⅲ는 해군의 지역함대용으로 만들어져 일단 만재배수량이 적어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에 비해 내파성이나 거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추진체계의 경우 다른 후보 호위함들에 비해 앞서 있다. 차기호위함 배치-Ⅱ·Ⅲ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인 CODLOG(COmbined Diesel-eLectric Or Gas turbine)을 사용한다. 호주 해군의 헌터급 호위함도 같은 방식을 사용해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원팀인데 우리는 투팀
우리나라의 차기호위함 배치-Ⅱ·Ⅲ의 경우 장단점은 있지만 후보에 오른 타국 호위함들에 비해 기본적인 성능은 떨어지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점은 다른 나라들이 원팀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데 비해 우리는 HD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즉 2개 조선소가 도전할 예정이다. 스페인은 국영 조선소인 나반티아가 독일은 Blohm & Voss, 일본은 미츠비시로 정부와 팀 구성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호주 호위함 사업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자칫 수주를 위해 국내 조선소끼리 호주에서 출혈경쟁을 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수주도 못하고 해외 시장에서 K-군함의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이 본격화되면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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