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막래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사진=계명대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기자=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은 약 4만5000명이다. 이들 이주 고려인들은 안산, 인천, 부산, 김해, 울산, 창녕, 동해, 광주 등지에서 집거지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에 자리 잡고 사는 소수의 고려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언어적인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한국어 일상회화 책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가 발간돼 화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있는 고려인들의 애환을 담은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도 주목받고 있다.
계명대 정막래(여·50) 교수는 이 두 권의 책을 집필하고 옮기면서 “일부 정착 고려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우리 민족인 이들에게는 관심이 필요하고, 조금이나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표지. 사진=계명대 제공
정 교수는 계명대에서 러시아어문학을 가르치며 고려인 연구를 하고 있다. 방학 때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직접 살기도 한다. 이번에 정 교수가 쓴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는 고려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이 꼭 필요로 하는 한국어 일상 회화를 정리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국립사범대학교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광주고려인마을 자녀돌봄센터 교사로 일하고 있는 강로자(여·29) 씨도 책을 만드는 일에 같이 참여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살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쉽게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언어적 장애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는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같이 표기돼 있고, 한국어 다음에 러시아어를 발음으로 표시해 둬 쉽게 혼자서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한국으로 귀화한 고려인 김 블라디미르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 책 표지. 사진=계명대 제공
실제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삶은 어렵다. 타국에 살면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언어적 장벽과 기반이 미비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김 블라드미르(남·61)씨가 쓰고, 정막래 교수가 번역한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은 김 블라디미르 씨가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35편의 시로 표현했다.
고려인으로는 처음으로 시집을 낸 김 블라드미르 씨는 일용직 노동자다. 한국에 정착하기 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타슈켄트 문화대학에서 교수로, 의과대학에서 러시아어문학과 학과장을 재직하는 등 엘리트로 살았다.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어머니의 유언으로 2010년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다. 큰 결심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지만, 여느 고려인들과 마찬가지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힘든 노동과 차별, 우즈베키스탄 생활에 대한 그리움 등이 시를 통해 잘 표현 되고 있다.
김 블라드미르 씨는 “내 시집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쓰는 말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려인들을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고려인이 아닌 한국사람 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같은 민족이지만 소외받고 차별받는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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