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암 투병을 통해 아픈 이들을 돕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어 결심하게 됐습니다”
암을 이겨내고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삼수 끝에 올해 대구대(총장 홍덕률) 특수교육과에 입학한 정현준(20)씨.
4년 전액 장학생인 그는 캠퍼스에서 특수교사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재수를 하며 두 번째 수능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2015년 10월말께 정씨는 왼쪽 눈이 붓고 아린 통증을 느꼈다. 처음엔 눈 다래끼인줄 알고 동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정씨는 치료를 받고 처방해 준 약을 먹었지만 통증은 참기힘들 정도로 점점 심해졌다.
“하루 종일 앉아 책을 봐야하는 때라 공부에 지장을 많이 줬다. 하지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통증을 참고 공부에 집중했죠” 하지만 좋지 않은 몸 컨디션과 시험 부담감을 안고 본 두 번째 수능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은 결과, 다래끼가 아닌 ‘악성 림프종’이라는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들었다.
정씨는 “원래 포기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재수 실패와 암까지 겹치면서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왜 이런 불행이 나한테만 생길까’라는 생각에 공부는커녕 모든 것을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암을 이겨내고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정현준씨.(사진=대구대 제공)
정씨는 지난해 1월 림프종 제거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수술 이후 6개월간 매주 병원에 다니며 통원치료를 받았고 다행이 회복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눈 수술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까지 수험생에게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삼수에 도전했고, 재수 때와 마찬가지로 학원에 가지 않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재수 때 함께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의 대학 진학으로 혼자 공부하며 외로울 때도 많았다는 그는 “혼자 밥 먹을 때가 가장 서글펐다”라며, “요즘 유행하는 혼밥이 적성에 맞진 않았나 보다”고 당시를 회자했다.
삼수 생활 중 암 후유증을 겪었지만 꽤 준수한 세 번째 수능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이 가능할 정도였다. 수험 생활이 힘들었던 만큼 진로에 대한 그의 고민이 컸다. 원래 꿈은 서울에 있는 대학의 행정 관련 학과에 가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픔을 겪은 후 그의 생각은 달라졌는데, 특수교사로서의 새 꿈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대구의 한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죠”
정씨는 “이번 경험으로 아프고 장애가 생기는 일이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공무원도 물론 좋지만 아픈 이들을 돕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어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제적인 면도 이번 선택의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서울에 가면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판단에서다. 그는 “대구대에서는 4년 장학 혜택과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으며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에 부모님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어머니 오윤영(42)씨는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들이 새로 찾은 특수교사의 꿈을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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