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사저 앞에서 노동당 관계자들이 박 대통령 사저 압수수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탄핵이 인용될지라도 정확하게 그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에 대한 규정은 없다. 헌재의 실무지침에 해당되는 ‘헌법재판소실무제요’에 따르면 탄핵심판 결정은 선고 시, 그러니까 헌재가 결정문을 낭독하는 시점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3월 10일 오전 11시 23여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일반인이 됐다.
최초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 애매한 부분은 더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청와대를 떠나느냐다. 기본적으로 짐을 정리하는 등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점을 두고는 다소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나간 박 전 대통령의 거처는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살았던 삼성동 사저가 될 전망이다. 별도의 사저를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지난해 10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국가정보원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이전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청와대는 “퇴임 이후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삼성동 사저는 박 전 대통령이 잠시 거쳐 가는 곳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 머물며 대구에 새로운 거처를 알아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 고향이며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대구에서 보수 정치 세력을 규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친박 세력과 함께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정치 세력화를 할 경우 향후 정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선 거처 문제보다 검찰 수사 대응이 더 시급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검찰과 특검의 대면수사 요구를 거듭 거절해온 박 전 대통령은 ‘형사소추 면책특권’이 사라져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검찰이 원칙을 고수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선 뒤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구속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의 사법처리 과정이 모두 마무리돼야 박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구속 여부, 재판 판결 내용 등을 두고 계속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재판 결과 유죄 판결로 실형이 나올 경우 차기 대통령의 사면 여부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퇴임이나 자진 하야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보장되지만 탄핵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경호 및 경비’로 제한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 2항에 ‘전직 대통령이 탄핵받아 퇴임했을 경우에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하고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 어떤 예우를 받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제한되는 경우는 탄핵으로 인한 파면 외에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 회피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민한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 등이 있다. 박 전 대통령 외에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 확정’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재직 당시 보수의 95%에 상당하는 연금 지급(서거했을 경우에는 배우자에게 보수연액의 70%를 유족연금으로 지급),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 제공,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의료 혜택, 필요한 기간 동안의 경호 및 경비 제공 등이 보장된다. 또한 민간단체 등이 기념 도서관이나 업적 연구와 같은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도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금 1억 4900만 원(월 1240만 원)을 받고 있으며 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들은 유족연금 3억 2800만 원(월 910만 원)을 받고 있다. 올해 전직 대통령 예우 예산 정부안은 19억 1000만 원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경호 및 경비를 제공해야 하는 터라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 외의 전직 대통령의 예우는 받지 못하는 터라 추가 예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따른 혜택’도 거의 받지 못했다. 당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에겐 대통령 봉급액의 70%에 해당하는 연금과 1급 비서관 1명과 2급비서관 2명 제공 등을 지원됐다. 그렇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직에서 서거해 이런 지원을 제공받지 못했다. 서거할 경우 배우자에게 대통령 봉급액의 50%를 지원하게 돼 있지만 육영수 여사도 이미 고인이었다. 이렇게 배우자가 생존해 있지 않을 경우 18세 미만의 유자녀에게 배우자 혜택이 균등 분할지급 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세 자녀는 모두 18세 이상의 성인이었다.
한편 ‘대통령 재직 당시 보수의 95%에 상당하는 연금’ 등 현재의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의 근간은 지난 1981년 3월에 개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법을 개정했으며 퇴임 이후 이에 따른 예우를 보장받았지만 결국 김영삼 정부 시절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며 그 혜택은 중단됐다. 이에 따라 고인이 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생존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통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직 당시 보수의 95%에 상당하는 연금 등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 95년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가 연금 비율을 30%로 낮추는 등의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 청원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는 등 법 개정 관련 논의가 오랜 기간 지속돼 왔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진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면서 법률 개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분위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