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로 소유권이 이전된 곽승준 수석의 금토동 땅 등기 부등본. | ||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10명이 모두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이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 등에 상당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땅부자 비서실’이란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물론 청와대 측의 설명처럼 경제적 부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안 되지만 일부 수석급의 경우 재산 형성과정에서 땅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어느 고위공직자의 부동산이 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지 되짚어봤다.
재산공개 이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이다. 박 수석은 임명 당시에도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사퇴압력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엔 땅 투기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 수석의 남편 이 아무개 씨가 소유하고 있는 인천 영종도의 논 1353㎡(409평·신고액 1억 8500만 원)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절대농지’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박 수석의 남편 이 씨는 지난 2002년 6월 1일 다른 두 사람과 공동명의로 이 땅을 샀다. 이 땅은 그로부터 다섯 달 뒤인 2002년 11월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에는 송도·청라지구와 함께 인천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2002년 당시 3.3㎡당 30만 원대에 시세가 형성됐고 요즘은 100만 원 대를 넘긴다고 한다. 그런데 박 수석 측이 재산 공개를 나흘 앞두고 작성한 ‘자경사실확인서’(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확인서)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 수석 측이 해당 토지가 있는 마을의 영농회장 양 아무개 씨를 만나 ‘자경사실확인서’를 가짜로 만들어 제출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
박 수석은 이에 대해 “투기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다만 실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몰랐던 부분이 있다”며 “농지의 공유자들이 직접 영농을 하여 자경 사실이 확인되면 농지 소유가 되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문제가 된 자경사실확인서는 이 땅의 공유자인 추 아무개 씨 가족이 양 아무개 씨를 만나 확인받은 것으로 자신은 이 서류를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수석의 가족도 가끔 주말에 찾아가 경작을 하고 있다”는 청와대 측의 해명처럼 실제로 박 수석 가족이 내려와 농사를 지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박 수석의 남편 이 씨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두 채 중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 샵스타시티’는 지난해 입주 당시 326.7㎡형(99평형)의 공시가격이 입주 아파트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곳. 남편 이 씨가 소유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178㎡형(54평형)으로 신고가액이 13억 2800만 원이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중 110억 원대 재산을 신고해 재산규모 1위를 기록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내역에 따르면 곽 수석은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1983~84년(당시 23~24세)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의 밭과 임야 7필지(총 1만 574㎡·약 3200평)를 사들였다. 당시 곽 수석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살고 있었으나 금토동 땅 매입 당시인 83년 주소지를 매입지 지번으로 바꾼 뒤 다음해에 다시 신사동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외지인들은 농지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한 법규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1990년 이전에는 법규상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에서 4㎞ 안에 주소지가 있어야 했다.
이 일대 땅들은 대부분 지난 5~6년 사이에 공시지가가 ㎡당 4만~5만 원대에서 10만~14만 원대로 훌쩍 뛰었다. 곽 수석과 청와대 측은 문제의 땅에 대해 “아버지가 증여세를 내고 준 돈으로 주말농장을 만들기 위해 산 땅”이라며 “실제로 25년 동안 채소 등을 직접 키워 먹었다”고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곽 수석의 아버지는 현대건설 부사장을 지낸 곽 아무개 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부인 명의로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산천리 일대에 밭과 하천 등 2027㎡(약 613평)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땅이 논란이 됐다. 이 대변인의 부인이 이 땅을 구입했을 당시 ‘절대농지’였던 것으로 확인돼 역시 법을 위반한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변인은 “당시 토지거래 허가구역 제도가 없어서 외지인도 농지를 살 수 있었다”며 “땅을 알선한 분이 농지경작 자격증이 있어 1년 동안 경작을 한 뒤 다른 동네 분에게 위탁영농을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농지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경작을 해야 한다’는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변인은 결국 박미석 수석의 답변과 마찬가지 수준인 “실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1970년 부친·남동생과 공동매입한 경기 성남시 금토동 임야 2만 9752㎡(약 9000평)의 매입자금 출처 논란이 일고 있으며 위장전입을 통해 20년 동안 소유해 왔던 충남 아산 지역의 땅도 재산공개 직전 동생에게 증여 형태로 매각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또한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도 위장전입을 통해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의 논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일대에 4959㎡(약 1500평)의 임야와 밭을 소유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신정수 정책분석평가실장은 근처의 리조트 개발사업을 노린 투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박인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송파구에 6채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갖고 있으면서 부인 명의로 서대문구 연희동에 49㎡(15평) 규모의 연립주택을 사놓아 재건축을 노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