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저희 체육대회 직원들 투표로 해서 불만이 없습니다. 모두 즐기는 분위기라 가족도 데려옵니다. 기자님도 놀러 오세요. 참 즐겁습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은 “북한 김정은 투표 찬성률이 100% 나온다고 신기해 하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북한과 다를 바 없는 짓을 날마다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며 우리은행 관계자를 ‘개저씨’ 혹은 ‘꼰대’라고 불렀다.
개 같은 아저씨라는 뜻의 개저씨, 그리고 꼰대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가 중년 남성을 일컫는 비속어다. 둘 다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자기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되는지 전혀 모르고 알아도 고칠 생각이 없는 중장년층을 비꼬는 말이다. 특히 나이와 직급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중년층 집단을 부를 때 자주 쓰인다. 일부 지혜로운 ‘꽃중년’은 개저씨 자가진단표를 인터넷에서 찾아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한다.
이 단어는 직장인 사이에서 나왔다. “퇴근하고 술 한 잔 할까?”라는 말에 팀원 모두 별 말 없이 따라 온다며 “강제하지 않았다”고 믿는 상사가 바로 개저씨다. 단언컨대 젊은이 그 누구도 회식과 주말 행사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행사 기획 자체가 강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임원이 “김장한다. 수육 먹으러 오라”고 하면 그게 ‘김장 거들기 압박’이 아니라고 말할 중년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재미란 놀고 싶다는 감정을 ‘다 같이’ 공유할 때나 쓸 수 있는 단어다. ‘한 쪽’만 재미있으면 고문이다. 유명 가수를 섭외하고 이벤트 업체를 고용해도 젊은이에게 이런 행사가 달가울 리 없다. 젊은이가 이런 주말 행사를 증오하는 이유는 행사의 재미 여부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 침해’다. 기획부터 강제고 자유를 빼앗는 행위다.
이 글을 읽으며 누군가는 “그래도 봄날 직원끼리 합심해서 가벼이 운동 좀 하는 게 뭐가 문제냐?” 혹은 “그냥 뭐 사이 좋은 팀은 술 마시며 놀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다. 혹은 “요즘 젊은 것들은 단체 생활 기본이 안 됐고 희생 정신도 없다”는 반응도 예상 가능하다. 개저씨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