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공식 소셜미디어 커버사진을 이대호로 장식한 롯데 자이언츠. 사진=롯데자이언츠 페이스북 캡처.
[일요신문] 긴 겨울이 지나고 5개월 만에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가 3월 3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7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올해 900만 관중에 도전하는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 지위를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리그 개막을 앞두고 팬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자신의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다. 야구팬들은 자신의 팀이 올해 어떤 성적을 낼지 마음 졸이며 개막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요신문>에서는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각 팀이 겪은 변화를 살펴보고 시즌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롯데, 이대호와 함께라면
2017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큰 변화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복귀다. 2012년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이대호는 퍼시픽리그 타점왕 일본시리즈 MVP 등 을 수상하며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2016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 받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14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복귀는 1루수 자리에 고민을 안고 있던 롯데에 해답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이대호를 데려오며 전력 외에 마케팅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대호 특별 티셔츠도 제작했고 사직구장 1루 베이스 가까이에는 ‘이대호 응원존’도 마련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타율 0.412, 7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대호가 부산 야구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 영입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한 롯데는 다른 곳에서는 씀씀이를 줄였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4년 총액 150억 원을 안겼다. 이에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돈을 아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3인의 연봉으로 195만 달러를 투자했다. 3인 평균 65만 달러로 리그 평균인 약 85만 달러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선수의 기량을 돈으로만 평가할 순 없지만 타 구단과 비교해 네임 밸류나 경력 등이 떨어지는 편이다.
1선발로 평가 받는 브룩스 레일리는 빅리그에서 2012년부터 2년간 14경기만을 출전해 통산 방어율 7.04를 기록하고 있다. 2루수로 출전할 앤디 번즈는 단 10경기의 빅리그 출장 기록이 있을 뿐이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 힘든 롯데에 악재도 겹쳤다. 투수 파커 마켈이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중도 하차한 것이다. 롯데는 지난 27일 “마켈은 그 동안 적응 실패와 개인적인 가정사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선수 본인이 구단에 계약 해제의사를 요청해 구단은 이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KBO에 마켈을 임의탈퇴 공시 신청했고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다.
롯데의 외국인 교체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투수진에서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대호, 강민호, 손아섭 등이 포진한 타선보다 투수진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말 불펜 홍성민이 경찰야구단으로 군복무를 위해 떠난 공백도 롯데에 숙제로 남아있다. 홍성민은 지난 2년간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119경기에 나섰다. 롯데는 이성민도 라인업에서 빠지며 불펜진 구성에 고민이 많다. 이성민은 승부조작 혐의를 인정받아 검찰 기소됐다.
# 한화, FA 영입은 없지만 올해도 ‘큰손’
한화는 2014 시즌부터 정근우, 이용규로 시작해 매년 대형 FA 선수를 영입하며 스토브리그의 ‘큰손’역할을 맡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최형우, 황재균, 양현종, 차우찬 등이 FA 시장에 나와 한화의 움직임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는 세간의 기대를 벗어났다. 양현종을 두고 내부에서 검토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형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한화 외국인 선수 3인방. 사진=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이들이 받는 연봉만큼이나 경력 또한 입이 벌어지게 한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각각 메이저리그에서 283경기와 476경기를 나선 현역 빅리거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을 대전 구장에 데려다 앉혔다. 오간도는 2011년 올스타로 뽑히기도 했고 비야누에바는 2013년 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한국 무대에 적응만 잘 된다면 활약이 의심되지 않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타율 0.321, 33홈런, 120타점을 기록하고 2년차를 맞는 타자 로사리오에게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한화에는 올 시즌 부상을 털고 복귀하는 선수들이 많다. 배영수, 권혁, 안영명, 김혁민 등의 복귀가 예정돼 있어 선수 영입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군 경기를 치르지 못한 배영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3선발로 낙점 받았다.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이를 극복해온 배영수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선수단이 아닌 팀 내부 권력 구도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그간 김성근 감독이 1·2군 가릴 것 없이 전권을 쥐고 팀을 운영해 왔지만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며 변화가 생겼다. 구단은 단장 자리에 LG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을 선임하고 2군 육성과 스카우트를 맡겼다. 김 감독은 1군 운영에만 집중하게 됐다.
이처럼 역할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김 감독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고 1군급 선수가 2군에 방치되는 상황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도 한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