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민의당 호남경선 ‘타이어 논쟁’ 유감
-민주ㆍ국민 호남경선 비난전에 지역민 ‘씁쓸’
-文캠프 “국회의원 23명 조직동원 가능성” vs 국민의당 “민주당이 동원 아니냐”
[일요신문]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놓고 적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때아닌 ‘타이어 논쟁’ 등 비난전을 펼치고 있어 뒷맛이 씁쓸하다. 양 당이 각 경선에 참여한 지역민의 선택을 듣기도 민망한 ‘타이어’에 빗대어 모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당은 최근 진행한 호남지역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놓으면서 서로 호남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면서 상대 당을 평가절하고 있다.
발단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이 지난 28일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를 ‘보조타이어’에 비유하며 의미를 깎아내리면서 일어났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다음달 직접 “본인들이 폐타이어라고 자백하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쳤고, 이후 당 지도부까지 대거 나서서 민주당과 문 전 대표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당 문병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보조타이어론’에 대해 감사하다. 민주당 타이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펑크 날 것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국민의당 타이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 설 훈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초대형 태풍이 불어오면 작은 바람이 휩쓸려버린다”며 “안풍이 불지만, 효과가 큰바람이 더 세게 불어버리면 ‘풍(風)인가’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라며 안 전 대표의 경선 압승 행진을 평가절하했다. 또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문재인-안철수 대결 구도’에 대해 “양자 구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폄하했다.
경선 참여자의 성격을 놓고 벌이는 감정싸움은 가관이다. 서로 상대방이 조직동원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호남의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은 14만명과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한 6만명 등 총 20만명의 지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조직동원에 동조한 것이 되고, 자신의 의견ㆍ지지성향과 상관없이 ‘지시’를 받고 투표에 나선 것이 된다.
두 당이 나서서 자신들을 지지해준 호남에 대해 ‘호남 경선=조직동원 경선’이라는 불명예를 스스로 씌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문재인 캠프 공동특보단장을 맞고 있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호남권 지지와 관련 “호남 국회의원 28명 중 23명이 국민의당 소속이고 경선에 9만명이 참여했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동원 가능한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이 지금 현 상태에서 국회의원 의석 수를 보면 여당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누구든지 주민등록증만 가져오면 투표를 할 수 있었다”면서 “모든 조직이나 SNS , 전화를 풀가동해 현장으로 불러내는 선거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 자체가 순수한 민심의 발현이냐는 점에 대해선 의심이 간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의원은 부랴부랴 “안 후보에 표가 몰린 것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안철수의 65%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투표한 것이며 반면 문재인의 60%는 자기들이 등록시킨 자기 식구들이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국민이 선택한 65%와 식구들이 선택한 60%의 차이는 크다. 우리는 순수한 국민이고 민주당은 동원된 식구”라고 비판했다.
양당의 날선 비난전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안 후보와 문 후보를 각각 60%대로 지지하면서 본선싸움에 의미를 부여했던 호남의 선택이 조직동원이라는 꼼수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전략적 선택을 했던 지역민을 동원이나 당하는 대상으로 보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애초부터 양당의 상대를 향한 삿대질은 오십보백보에 다름없다. 양 당 모두 동원이 가능한 룰로 경선을 치뤘고 문 후보측과 국민의당 모두 조직동원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서로 비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중국춘추시대 전쟁에는 요즘 올림픽경기처럼 룰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쟁에도 룰이 있었다. 피아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는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포로를 잡더라도 흰머리가 있거나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돌려보냈다고 한다. 적군이 오십보 이상 후퇴할 때는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적이 도망가다 수레가 진창에 빠지면 추격군대가 건져주는 일도 규칙 중의 하나였다.
이에 비해 두 당이 하는 꼴을 보면 룰도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는 같다. 그야말로 너죽고 나 살자식 진흙탕싸움이다. 더더욱 호남민에 대한 예의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참여해 달라고 해서 갔고, 찍어 줬더니 이제 와서 자기들끼리 조직동원 한 것이라고 삿대질하니 한심하다.
양당이 서로 호남의 선택을 폄하하는 순간마다 피해는 호남인들이 본다. 본선에서 어떤 선택을 받으려고 지역민을 모독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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