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는 이미 ‘스몰록 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국내외에 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대우정보시스템의 전환사채 매입자로 등장한 ‘글로리초이스 차이나’ 또한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 ‘스몰록 인베스트먼트’와 마찬가지로 조 씨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실체가 불분명한 글로리초이스의 실제 소유주가 조풍언 씨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의 시각대로 만약 글로리초이스가 사실상 조 씨의 회사라면 이 두 회사 이외에도 조 씨가 ‘카인드 익스프레스’라는 또 다른 해외 법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를 통해서 거액의 주식 거래를 해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지난 2006년 203만 주(101억 5788만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를 글로리초이스에 매각했다. 주가가 2만~4만 원에 이르렀던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각한 것. 그런데 비슷한 시기인 2006년 9월 글로리초이스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미디어솔루션’의 주식 20만 주(14억 원)를 유상증자를 통해 배정받기도 했다.
당시 미디어솔루션은 사업 확장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체 발행주식의 50%에 가까운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 과정에 LG그룹 ‘방계 3세’인 구본호 씨가 100만 주(70억 원)를 배정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2007년 1월 미디어솔루션은 레드캡투어(구 범한여행)와 합병한 뒤 상호를 변경해 상장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2006년 9월 28일 유상증자에서 100만 주를 매입한 구 씨가 불과 한 달 만인 10월 28일 이 중 90만 주를 ‘카인드 익스프레스’라는 회사에 되팔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미디어솔루션의 주가는 구 씨의 유상증자 참여로 단기간 급등하는 호재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공시 내용과 감사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카인드 익스프레스와 글로리초이스가 사실상 같은 회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두 회사 모두 대표이사가 ‘CHENG WO CHUN’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되어 있고 주소지 또한 홍콩 완차이 존스턴로드(JOHNSTON ROAD WANCHAI, HONG KONG)로 기재돼 있다. 카인드 익스프레스의 경우 구체적인 지번이 기록돼 있지 않으나 글로리초이스는 존스턴 로드 68번지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난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 이름이 똑같고 주소지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은 사실상 같은 회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이 경우 검찰의 시각대로라면 글로리초이스뿐 아니라 카인드 익스프레스 또한 조풍언 씨가 실소유자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 씨가 자신이 소유한 해외 법인 두 곳을 통해 미디어솔루션의 주식을 다량 사들인 것으로 의심해 볼 수도 있는 것.
카인드 익스프레스가 보유한 레드캡투어의 주식 90만 주(10.48%)는 5월 23일 현재(주당 1만 1200원) 시가총액이 100억 8000만 원에 이른다. 만약 카인드 익스프레스 또한 사실상 조 씨가 지배하는 회사라면 조 씨가 100억대 자금을 또 다른 ‘얼굴’로 국내에서 굴리고 있던 셈이 된다. 검찰이 조 씨와 카인드 익스프레스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