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주 제조면허증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제공>
[광주=일요신문] 정윤중 기자 =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은 오는 11일부터 5월21일까지 ‘술, 문화를 빚다’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1916년 일제의 강압적인 주세법 시행령으로 우리 가양주 문화가 사라진지 한 세기가 지났다.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술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지역의 전통주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 총 4부로 구성해 200여 점의 유물과 자료를 선보인다.
제1부 ‘우리 술의 역사’에서는 우리나라 술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양조기술의 태동기인 삼국 시대부터 양조법의 기반이 형성된 고려 시대, 가양주의 전성기를 이룬 조선 시대, 전통주의 명맥이 단절되었던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전통주가 부활한 오늘날까지 우리 술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특히, 술의 제조와 판매를 엄격히 통제하려 했던 일제의 주세정책을 ‘자가용주 제조면허증’과 ‘주류품평회참가신청서’ 등 희귀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제2부 ‘술 익는 남도’에서는 누룩과 누룩 틀 · 소줏고리 등의 술을 빚는 재료와 도구, 술을 빚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자료와 각종 사진자료를 통해 발효주·증류주·혼양주로 이뤄진 전통주의 분류와 제조방법 등을 소개한다.
또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해남 진양주, 진도 홍주, 보성 강하주, 정읍 죽력고 등을 전시해 전라도 지역 전통주의 유래를 탐구하고 특징을 추출해 우수성과 차별성을 제시한다. 또한 국가 및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국의 전통주의 현황도 보여준다.
제3부 ‘술과 문화’에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의 현장에서 사용된 술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조망한다. 신의 음료로 일컬어진 술은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였을 뿐만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되게 하는 마력이 담겨있는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술에 담긴 관혼상제의 의미와 지역공동체의 유지와 협동을 도모하였던 향음주례와 만두레를 살펴본다. 아울러 문학과 일상생활에서 드러난 풍류의식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진 두견주, 창포주, 국화주 등의 전통 세시주를 재현한다.
제4부 ‘술로 보는 근대의 풍경’에서는 근현대 우리 지역의 주조의 역사와 이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가양주의 제조 금지령으로 주조장에서의 제조만 허용된 일제강점 초기에 광주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청주를 집중 조명한다.
서민들의 술로 자리매김한 소주 제조방식, 원료배합 등 변천 과정과 함께 대량으로 제조된 상품의 하나로 광고에 나타난 술도 살펴본다. 아울러 재현된 1970년대 선술집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주인택 시립민속박물관장은 “수천년을 연면히 이어온 우리 술은 조상들의 따스한 숨결과 지혜가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며 “이번 전시가 전통 민속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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