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바둑의 일인자 커제 9단과 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의 최강 알파고가 벌이는 두 번째 바둑 대결에 관한 구체적인 날짜와 세부 방식이 10일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됐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는 이 자리에서 중국기원, 중국 정부와 함께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의 커제 9단(맨 오른쪽). 그 왼쪽은 구리 9단.
대국은 우선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알파고와 커제가 하루걸러 한 판씩 총 3국을 갖는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대국일은 23일, 25일, 27일).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 원)이며 커제 9단은 별도로 30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의 출전료를 받는다. 대국 장소는 중국 저장성 우전이다.
지난해 3월 열렸던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인간 대 기계의 자존심을 건 승부 양상이었다면 이번엔 약간의 이벤트 행사도 가미했다. 알파고-커제 대결 외에도 휴식일인 24일에는 상담기로 단체전을 가지며 26일엔 페어전을 벌인다. 단체전엔 중국의 스웨, 미위팅, 탕웨이싱, 천야오예, 저우루이양이 한 팀이 되어 상담기로 알파고와 겨룬다. 또 페어전은 구리, 알파고 vs 롄샤오, 알파고가 각각 팀을 이뤄 대결한다. 제한시간은 단체전이 2시간 30분(초읽기 1분 3회), 페어전이 1시간(초읽기 1분 1회).
이세돌-알파고 대결 이후 지난해 말 다시 인터넷 공간에 나타나 세계 초일류 기사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뒀던 알파고가 과연 두 번째 공식 대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구글 측은 블로그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에 승리하면서 바둑이 쇠락의 길을 걸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알파고의 승리는 오히려 인간 기사들이 더욱 강력하고 창의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프로 및 아마추어 기사들이 알파고의 혁신적인 수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게임으로 알려진 바둑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전략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