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3대 학술지인 영국화학회 ‘케미컬 사이언스’(인용지수 9.144)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및 핵심연구 지원사업(연구책임자: 이심성 교수)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이형환 씨(사진 오른쪽)는 경상대 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산청군 소재 경남한방약초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농업생명과학대학 농화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이 연구에는 경상대에서 박인혁 박사(공동 교신저자, 현 싱가포르대 연구원)를 비롯해 김슬기, 이은지, 주희영(이상 박사과정) 씨, 정종화 교수, 일본 치바공대 마리 이케다 교수와 토호대 요이치 하바타 교수가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이심성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화학반응은 액체 상태인 용액에서 진행된다. 한편 고체-액체 경계면에서도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특히 이들 계면반응 중에는 촉매와 같이 화학산업의 핵심기술과 관련성이 깊은 것이 많다.
그러나 계면반응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현상이 많아 이 분야는 화학소재 연구의 블루오션인 동시에 블랙홀로 여겨지고 있다.
이심성 교수 연구진은 질소 및 황 원자를 여러 개 갖는 선형의 피리딘계 유기분자를 합성한 후 질산 구리(II)와의 반응을 통해 전형적인 암청색의 구리(II) 착화합물을 쌀알 크기의 단결정으로 제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암청색 단결정을 요오드화 이온이 녹아 있는 수용액에 담그면 표면부터 점차 노란색으로 변하여 4일 후에는 결정 내부까지 완전히 노란색을 띠었다. 다행히 노란 단결정의 상태가 좋아 X-선 회절구조를 다시 얻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결과는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1)질산 음이온은 요오드 이온으로 교환되었고, (2)청색의 2가 구리는 노란색의 1가 구리로 환원되었으며, (3)6.5 옹스트롱으로 멀리 떨어진 두 착화합물 분자는 먼 거리를 이동해 하나의 분자로 합쳐지는 이합체화가 일어난 것을 X-선 회절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세 종류의 반응이 단결정 계면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더욱이 전체 과정이 분자구조 수준으로 규명된 예는 본 연구가 처음이다. 특히 이심성 교수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생성물은 기존의 화학반응으로는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입증했다. 그리고 단결정 표면의 원자힘 현미경 영상 등을 이용해 이 삼중 계면반응의 원인도 규명했다.
이 발견은 계면반응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과학적 성과인 동시에 최근 주목받는 에너지 및 나노 융합소재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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