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미중정상회담 시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함께 거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연합뉴스
필자는 지난 연재를 통해 북-중 간 실무대표단 회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요지는 이거다. 북한이 기한 내 핵 폐기에 응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암묵적으로 승인할 것이며 만약 북한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경우 중국은 ‘김정은 축출’을 포함해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또한 지난 연재에서 3월 18일 방중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 측에 전달한 ‘미국의 북핵 원칙’을 공개했다. 내용인 즉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인정하지 않음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로 상대국(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경우, 사전에 단호하게 응징 ▲미국은 북한과 ‘핵보유’를 전제로 한 그 어떤 외교적 거래도 없을 것 ▲만약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군사적으로 응징할 경우, 중국은 중립을 유지하길 바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미국은 절대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을 것 등이다.
필자는 북한과 중국을 통해 3월 미-중 회담(틸러슨 방중) 내용 일부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측이 미국에 전달한 요구 사항 및 양측이 도출한 합의 내용과 관련한 몇 가지 사실들을 (북한 내부와 미국 현지를 통해) 크로스체킹할 수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중국이 틸러슨 국무장관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요구사항이다. 파악한 내용은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수불가결임을 공유하는 원칙 하에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정부도 북핵 위협을 용납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해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외교·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6개월(오는 10월) 내 문제를 해결하겠다. 셋째, 미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의 대만 문제에 대해 불간섭을 지켜야 한다. 넷째, 미국은 중국이 매년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익과 관련해 발생하는 무역 불균형 문제를 두고 오로지 ‘시장 원칙’대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섯째, 만일 중국이 외교·정치적 해결에 실패할 경우,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응징에 대해 묵인할 것이나 미국은 사전에 반드시 중국에 통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응징과 관련해 오로지 ‘핵 관련(핵 기지) 타격’과 ‘김정은 제거’ 두 가지만 허용한다(이는 북한 정권의 붕괴는 바라지 않는다는 요지).
중국이 사실상 미국의 대북 군사적 개입 여부에 대해 ‘조건부’ 허용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 내건 ‘조건’은 상당히 무거운 부분이다. 양국 간 가장 민감한 ‘대만 문제’는 물론 미국의 대 중국 경제 제재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중국 스스로 미국에 ‘북핵’과 ‘대만 및 경제제재 포기’를 두고 거래를 제안한 것과 다름없다.
한편으론 중국이 과거 오바마 정부와 비견되는 트럼프 정부의 확고한 요구에 조금은 한 발 빼는 듯한 인상도 주고 있다. 즉 자국의 외교·정치적 해결이 요원해질 경우 미국의 군사적 응징을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당시 양 국의 의견 접근 과정은 거론된 주제와 조건이 무거웠던 만큼 꽤나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양 국은 1차적으로 상당 부분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단 필자가 북한 내부와 미국 현지에서 확인한 양국의 1차적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북핵이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데 공동 인식한다. 둘째, 중국은 앞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와 관련하여 엄격히 규정을 준수할 것이며 중미 간 긴밀히 협조한다. 셋째, 미국은 중국의 한국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인지한다. 넷째, 미국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 다섯째, 미국은 일정기간 동안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마지막이자 독자적인 외교·정치적 노력을 찬성하고 이 기간 미국과 동맹국은 기다린다. 여섯째, 중국의 마지막 노력이 실패할 경우,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북핵 해결에 중립을 지킨다. 일곱째, 중국은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확인할 경우, 핵보호(핵우산 개념)를 약속한다 등이다.
합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양 국은 북핵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선 상당 부분 공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해결에 있어서 우선 중국의 1차적인 외교·정치적 노력이 선행되고, 이것이 실패할 시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해결에 조건부 묵인(중립)한다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
중요한 것은 네 번째 대목이다. 아시아의 화약고로 여겨지는 남중국해 패권과 얽혀 있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미국은 중국이 제안한 ‘북핵’과 ‘대만 문제 불간섭’ 빅딜에 동의하게 된 셈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변화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1차적 시한을 주긴 했지만 북핵은 군사적 해결만이 확실한 방책이라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중국 정부도 ‘대만’이란 거래를 통해 이를 일부 인정하고 양보했다는 점은 거듭 되새겨볼 대목이다.
다섯 번째 대목의 ‘일정기간’ 역시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다. 애초 6개월의 시한을 요구한 중국과 달리 미국은 틸러슨 회담 때나 미-중 정상회담 때나 줄곧 100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6개월이란 시한을 잡은 것은 아마도 시진핑 주석의 재집권 여부와 관계되는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의식한 듯하다. 이 ‘일정기간’에 대해선 양 측의 입장차가 뚜렷하기에 어떻게 합의가 됐는지, 아니면 외교적 모호성을 통해 ‘여지’를 남긴 것인지 필자 역시 좀 더 확인해 볼 대목이다.
과정과 결과가 어찌됐든 미중간의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급진적인 변화가 북핵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