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몸캠 피싱 피해자 746명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4억 원을 가로챈 ‘구제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몸캠 구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모으고 “동영상을 삭제해주겠다”고 속인 뒤 1인당 30~700만 원의 돈을 받았다. 이들은 음란 영상이 삭제된 것처럼 꾸민 뒤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치밀함까지 보였으나, 실제 관련 기술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로그를 통해 상담을 의뢰한 피해자는 3200여 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746명은 실제로 돈을 건넸으나 구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몸캠 피싱 피해자들에게 구제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구제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구제 사기단’에 대한 제보를 받으며 그들을 고발해오던 블로거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해킹으로 연락처를 지우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경찰청에서도 발표한 바는 있다. 그러나 구제 사기단의 경우 몸캠 피싱을 한 조선족 컴퓨터를 해킹해 동영상 원본 파일을 지워준다고 700여 명을 속였다. 원본 파일을 지워준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들에 대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영상이 유포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피싱을 한)조선족들을 도발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유포되지 않는다. 애초에 유포가 되지 않는 것을 (구제 사기단이) 중간에서 ‘영상을 지워줬다’는 식으로 거짓 보고서를 작성해 속이는 것”이라며 “그들은 피해자들이 수치심 등으로 인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해 사기를 벌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몸캠 피싱 피해자들을 상대로 ‘구제 사기’를 벌이는 이들이 생겨나자, 온라인상에서는 누리꾼들이 스스로 구제를 시도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셀프 대응’ 방법이 공유됐으며, 극우 보수 커뮤니티로 알려진 ‘일베’에서는 신청서를 받아 몸캠 구제에 나서기도 했다. 한 남초(남성 회원이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재능기부 방식으로 구제를 돕는 회원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진정한 B급 히어로” “몸캠 다크나이트” “최근 00님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사용이 어려워졌다고 하네요. 카페 차원에서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남초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3년째 몸캠 피싱 피해자를 구제 중인 어느 회원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해당 회원은 IT업계 종사자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4년 8월 커뮤니티에서 몸캠 사기사건 관련 글을 보게 된 이후 현재까지 ‘재능기부’ 방식으로 약 180명이 넘는 사람을 무료로 구제했다. 그는 활발한 활동을 인정받아 커뮤니티의 ‘특별회원’으로 오르기도 했으며, 일부 회원은 그의 재능기부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소소한 ‘조공’을 시도하기도 했다.
해당 회원의 게시물에 따르면 그는 피싱 사기 업체가 피해자에게 심어둔 악성 어플 파일 등을 받아 피싱 파일 소스코드를 분석해 사기 업체의 사이트를 추적해 저장된 피해자의 연락처 및 개인정보를 지워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피싱 업체의 데이터를 삭제하는 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작성해 피해자의 개인정보 데이터가 삭제되었음을 알려주며 피해자들의 우려를 덜어주기도 했다.
극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도 몸캠 피싱 구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구제를 빌미로 신청서에 지역감정 및 정치인 혐오 발언을 기재토록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극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도 몸캠 피싱 구제 시도가 있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를 패러디한 ‘어노니머스’팀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신청서를 받은 뒤 구제를 도왔다. 이들은 피해자가 자필로 ‘스카이프 몸캠 구제용 양식’을 작성해 피싱 당시 다운받은 apk파일과 함께 보내면, apk파일을 역추적해 피싱 업체의 서버에서 데이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구제 신청서 필적 확인란에 ‘김대중 XXX 노무현 XXX‘ 등의 욕설을 기재하게 해 비판을 받았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종북 좌파호남정부’ ‘2~3년간 일베에 체류하며 애국보수 전향자로 되고자 희망한다’ ‘일체 좌익편향활동을 하지 않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작성토록 하고, ‘광주는?’과 같이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