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최순실 씨와 장시호 씨. 연합뉴스
지난 4월 24일 최 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서 조카 장 씨의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장 씨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 자택에 있는 돈으로 자신의 딸과 손주를 키워달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조사 당시 장 씨가 최 씨를 만났을 때 들은 말이라고 덧붙였다.
장 씨의 증언에 따르면 최 씨와 같이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귓속말을 하려고 했지만 장 씨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A4 용지에 ‘삼성동, 유연이, 유치원’이라고 적어 장 씨에게 전달했다. 이때 장 씨가 알아보지 못하자 최 씨는 귓속말로 ‘삼성동 2층 비밀금고에 있는 돈으로 유라와 유라의 아들을 잘 봐달라’고 했다는 것. 삼성동은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뜻한다. 이후 장 씨는 당시 특검에 이를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매입한 내곡동 주택을 본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최 씨가 “유엔빌리지에 살기가 어떠냐”고 물어보며 박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집을 물색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최 씨는 “내곡동 집은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 지난해 유엔빌리지에 대해 물어본 것은 내가 살려고 알아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정에서는 계속해서 장 씨의 발언 이후 최 씨가 이에 반박하는 등 고성이 오갔다. 장 씨가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을 가리라”고 소리쳤고, 이에 최 씨 역시 “이 손바닥으로 뭘 가리냐”고 맞섰던 것이다.
장 씨는 지난 3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의혹 공판에서도 최 씨와 공방을 벌였다. 장 씨는 최 씨로부터 검찰에 협조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장 씨는 “거짓말을 하기 싫다. 이모도 유연이를 생각해서 사실대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장 씨의 증언이 최 씨에게 불리한 진술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 씨는 “장 씨가 이야기한 부분은 본인의 생각이 많고, 진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장 씨의 지인은 “장 씨의 모친인 최순득 씨가 동생보다는 딸을 살리기 위해 딸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폭로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 최 씨의 국정개입 행위를 몰랐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