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가 알파고의 대리인 아자황 박사를 앞에 두고 대국에 임하고 있다. 이제 커제에게는 단 한번의 기회만 남았다.
[일요신문] 알파고의 실력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대회가 열리는 중국 현지에서는 ‘1년 사이 알파고가 3점 정도 실력이 향상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25일 열린 대국에서도 알파고가 커제 9단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고 2연승을 거뒀다.
25일 중국 ‘우전 인터넷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summit)‘ 알파고 vs 커제 3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가 커제에게 1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1국은 그래도 비슷한 흐름 속에 끝까지 계가가 이어졌지만 2국에서 알파고의 흑번은 강했다. “초반 스무 번째 수, 상변에서 들여다본 것이 패착인 것 같다”는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의 분석처럼 초반부터 알파고가 흐름을 주도했다.
“자신의 바둑을 두지 못하고 너무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다”라는 것이 이세돌 9단의 관전 소감. 이세돌은 커제에게 자신의 바둑을 둘 것을 주문했다.
상변에서 실패한 커제는 좌하귀를 패로 버티며 끈질기게 항전했지만 우하 백이 함몰된 데 이어 패싸움까지 패하면서 일찌감치 돌을 거두고 말았다.
커제는 3시간의 제한시간 중 2시간 13분을 사용했으나 알파고는 불과 47분만을 사용,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바둑을 지켜본 목진석 감독은 “국가대표팀 기사들 사이에서 이번 대결 전에는 2점이면 해볼 만하다는 말이 많았지만 1국과 2국을 지켜본 입장에서는 3점도 어떨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정말 강하다”고 2국을 지켜본 감상을 피력했다.
해설의 송태곤 9단 역시 “이미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은 것 같다. 사람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들이 등장한다. 다만 커제 9단이 서두를 게 아니라 초반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팽팽하게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알파고와 커제의 최종국은 하루 휴식기를 갖고 27일 오전 11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속개될 예정이다.
초반 논란이 됐던 장면. 백이 들여다본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26일에는 단체전(상담기-여럿이 논의하며 힘을 합쳐 두는 바둑)과 페어전이 벌어진다. 단체전에는 중국의 스웨, 천야오예, 미위팅, 탕웨이싱, 저우루이양이 출전하여 알파고와 겨루고, 페어전은 ‘구리+알파고’ vs ‘롄샤오+알파고’의 대결로 펼쳐진다. 단체전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초읽기 60초 3회. 페어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약 17억 원). 상금과 별도로 커제는 출전료 30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를 확보했다(이세돌은 딥마인드 매치 당시 15만 달러를 받았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60초 5회가 주어진다(이세돌과의 매치 때는 2시간 60초 3회였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