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4대강 정책감사 지시···녹조 사라지고 병든 생태계 살아날까
-영산강 녹조 발생 매년 증가, 작년 4회 99일… 3년새 최다
-“오염 실태 심각 빠른 대책을...궁극적으로 보 철거해야”
승촌보 전경. 사진=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광주=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 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후 매년 여름이면 ‘녹조’로 뒤덮였던 영산강 죽산보 승촌보 일대가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하면서 올 6월 1일부터 상시 개방되기 때문이다.
녹조가 심할 때 일시적으로 수문을 여는 이른바 펄스 방류를 해왔던 수자원공사는 청와대 방침에 따라 수문을 상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죽산보에 설치된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녹조 발생을 줄이고, 수질을 개선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지시로 정책감사가 이뤄지면서 3조3600억여원이 투입된 ‘영산강 살리기 사업’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24일 오후 광주 광산~나주 금촌 사이를 잇는 영산강 승촌보와 승촌교 일대. 승촌보 한쪽에는 녹조확산을 막기 위해 쳐 놓은 펜스 주변에서는 녹조를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물 사이로 녹조가 둥둥 떠 다녔다. 승촌보 주변에는 녹조가 말라서 붙은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고, 물속에 잠겨 있는 배와 돌 등에는 녹조가 끼어 있었다.
인근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다는 김모(28)씨는 “예전보다 물색이 좀 연해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녹조가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물이 흐르는 곳은 괜찮은 것 같은데 고여있는 곳 주변에는 녹조가 끼어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 설치 후 ‘호수화’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보관리단은 24일 “승촌보와 죽산보의 수문을 닫아둔 채 물이 보를 넘어 흐르도록 해놓은 상태다”고 밝혔다. 호수처럼 물을 가둬두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영산강의 유수량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남조류 세포 증식, 녹조 현상 등 ‘호수화’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승촌보(광주1)의 경우 지난 2012년 용존산소(mg/L)가 12에서 13.4,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2.9에서 4,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6.2에서 6.7로, 죽산보(죽산)는 11.3에서 14.1, 4.9에서 5, 9.1에서 9.3으로 각각 증가했다.
보 설치 이후 수질 수준은 오히려 하락하거나 크게 나아진 것이 없으나 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후 수온이 올라가는 매년 여름이면 강을 뒤덮는 짙은 녹조 곰팡이와 악취로 수질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2개의 인공보는 일정 수위를 유지시켜 농업용수 공급, 홍수 예방, 수질개선 등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영산강을 거대한 인공 호수로 변화시킨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승촌보 녹조 확 방지를 위해 쳐 놓은 펜스. <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보 설치, 하천정비, 제방 보강 등에 3조3634억원 투입
문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로 천문학적 혈세가 투입된 ‘영산강 살리기 사업’ 타당성도 ‘검증의 칼날’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산강 살리기사업’의 사업 구간은 담양 용면 가막골(용소)에서 영산강 하구둑까지로 유로 연장은 129.5km(광주 32.6km 전남 96.9km)이다.
이 사업은 생태하천정비 10개소, 94km의 하도정비, 죽산보·승촌보 설치, 17km의 제방보강, 강변저류지 1개소 설치, 홍수조절지 2개소 설치, 자전거도로 220km 조성, 하구둑 구조개선, 영산강 저수지 둑높임 등으로 모두 2조6461억원이 투입됐다.
직접 연계산업으로는 섬진강·황룡강·함평천 등의 생태하천정비, 섬진강 저수지 둑높임, 수질개선 등 3개 사업으로 7173억원을 들였다. 수질 개선, 홍수 방어, 수량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이 사업은 완공 이후 녹조 발생, 수질 오염, 이용 인원 저조 등으로 전문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환경단체 “수질 악화, 강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 심각”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9일 이미 승촌보 일대에서 녹조를 확인하는 등 강 생태계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강물에서 채취한 녹조 성분에서 강한 독성을 가진 남조류도 포함돼 있어 수질 정화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영산강 수계의 녹조발생이 2014년 3회 12일에서, 2015년 4회 52일, 지난해 4회 99일로 최근 3년간 발생기간이 점차 장기화하고 있다. 영산강물환경연구소에서 매주 1회 시료를 채취해 분석 결과, 4대강 사업을 전후해 보 설치에 따른 물흐름 정체로 클로로필-a가 25.8㎎/㎥에서 67.7㎎/㎥로 대폭 증가해 승촌보와 죽산보 구간에 고농도 녹조발생이 빈번하게 장기간 발생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 이후인 지난해 퇴적토에서는 유해 중금속의 수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촌보 구간에서는 구리가 0.127㎎/㎏에서 44.7㎎/㎏으로 342배, 납은 4㎎/㎏에서 37.3㎎/㎏으로 9.1배 가까이 증가했다. 죽산보 구간에도 카드뮴이 0.063㎎/㎏에서 0.33㎎/㎏으로 5.2배, 납은 1.0㎎/㎏에서 30.6㎎/㎏으로 29.6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소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검출이 안됐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심한 오염’ 수준에 달하는 수치가 확인됐다. 승촌보, 죽산보 상류지점의 표층 수치는 9㎎/ℓ인 반면 수심 4~5m 구간에서부터는 1㎎/ℓ도 되지 않은 ‘무산소층’을 형성하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강의 어종도 유수환경에 서식하는 고유 어종 대신 정체환경에 익숙한 블루길, 베스 등 외래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부 수질 문제가 아니라 강 생태계 전반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당장 수문을 개방하고 면밀한 조사를 벌여 보를 철거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환경운동연합 측은 승촌보도 수질이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수준으로 녹조문제가 심각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두 보를 해체하고 영산강 하구둑 해수 유통을 통해 장기적인 복원 플랜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여름이면 악취에 시달려야 했던 인근 주민들도 정부의 조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2구 김성만(64)이장은 “4대강 사업으로 보를 막은 후 논에서 물이 올라와 습지화되고 비닐하우스에 녹조가루가 뿌옇게 덮여 심각한 상태였는데 보를 개방한다고 해 주민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 다시면 신석리 2구 정덕기(74)이장은 “자손만대 물려온 옥토가 보를 막으면서 완전히 습지로 변해버렸는데 개방한다니 마을에 가장 큰 민원이 해결되었다”며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녹조가 심해 당연히 보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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