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일요신문] 김재원 기자 = 수천억 원대의 포항시 민간공원 사업이 암초에 걸렸다.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포항시 담당 공무원들이 점수를 잘못 매겼기 때문이다. 지역 업체가 1위, 외지 업체가 2위를 했는데 결과 발표 후 확인과정에서 2위 업체가 시의 잘못을 찾아냈고 담당자들은 “실수였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1, 2위를 바꾸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며칠 후 담당 공무원들은 1위로 올라가야할 2위 업체에게 “회사명이 기재된 자료가 발견됐다”며 이는 탈락사항이라고 통고했다. 심사위원들과 업체간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제출서류에는 회사명을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이었는데 2위 업체에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제대로만 심사했으면 1위가 되야 할 업체가 공무원들이 잘못해 2위로 밀려난 것도 억울한데 시의 잘못을 찾아내 겨우 1위를 하는가 했더니 뒤늦게 회사명이 기재된 자료가 발견됐다며 아예 탈락시키겠다고 하니 어느 업체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회사명이 기재된 서류를 제출했을 경우 탈락사항은 맞다. 그러면 포항시는 수개월간 심사했으면서도 왜 그때 탈락시키지 않았나? 아무 문제 없이 2위로까지 선정해 공식발표까지 했는데 포항시의 잘못은 없나? 오히려 포항시의 잘못이 더 커 보인다.
더구나 회사명이 기재된 업체가 1위로 선정됐다면 의혹의 소지가 있지만, 1위할 업체를 2위로 만들어놓고서(?) 시가 점수를 잘못 매겼다고 항의하니까 이제는 아예 탈락이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인가?
2위 업체는 사법수사는 물론, 행정소송과 손해배상소송까지 각오하고 있다. 반면, 1위 업체는 하라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소송을 하면 2위 업체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고 한다.
문제는 포항시 민간공원 사업은 소송이 시작되면 사업은 사실상 무산이라는 점이다. 소송으로 2~3년을 보내면 2020년 일몰제에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안시가 포항시와 똑같이 공무원이 점수를 잘못 매긴 것으로 인해 2위 업체가 소송을 걸어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현재, 2년 6개월째 사업이 중단되고 있다. 물론, 2위 업체가 1심과 2심 모두 이겼다.
업체간 소송으로 인해 누가 이기든, 어느 업체가 손해배상을 하던 그건 기자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포항시 민간공원 사업은 끝이라는 거다.
포항시가 민간공원 사업을 하는 이유는 수십년간 도시계획상 공원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지자체가 예산이 없이 개발하지 못한 곳에 대해 민자를 유치해 시민을 위한 공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주들도 수십년만에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좋고 누가 시행자가 되던 공사에 지역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포항시가 민간공원 사업을 하는 것이다.
아닌가? 설마, 지역의 대형 사업이니 처음부터 지역업체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보도하는 기자에게 2위 업체와의 유착이나 2위 업체를 봐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됐다. 1위 업체와는 만난 적이 없고 2위 업체와는 제보와 취재 등으로 몇 번 만났으니 2위 업체와 더 친하다고 한다면 그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를 보도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포항시 행정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점수를 잘못 매긴 것이다. 실수인지 의도적이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행정의 잘못과 불신이 초래됐다.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자의 공식 사과와 원인 조사,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수천억 원대의 공원사업이 암초에 걸리고 심지어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포항시에서는 담당자들의 “실수였다”라는 말 외는 어떤 사과나 반성도 없다.
담당자들을 문책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공원사업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조사도 않고 있다. 그저 실수였으니 바로 잡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탈락사항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니다. 포항시 행정이 잘못을 했고 불신이 초래됐다”, “포항시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다. 시민은 물론이고 앞으로 어떤 업체가 포항시를 믿고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겠나”
두 번째, 공원은 전시민의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려줘야하는 어른들의 책임이자 몫이기 때문이다. 공원사업은 어디에 하수관을 묻거나 도로의 전기선을 정리하는 사업 등과는 다르다. 이런 사업들은 지역업체에게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원은 10년, 20년, 아니 100년 후까지도 봐야 하는 시민들의 공동재산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그런데 시나 공무원들이 이런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는 시민에 대한 배신이며 배임행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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