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교육청, “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자사고 유지 입장”
- 폐지 시 인재 외부유출 및 특정지역 쏠림 현상 우려
- 학부모 ”(폐지된다면) 차라리 학군 좋은 곳으로 옮길 것“
- ”하루아침에 바뀌면 학생·학부모 대혼란 빠질 것“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남경원 기자 = 학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등학교’가 수술대에 올랐다. 최근 서울 지역 등의 교육청에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의 폐지를 검토 중인 가운데 대구와 경북교육청은 이를 두고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자율사립형고등학교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등장했다. 천편일률적인 붕어빵식 교육을 막고 교육의 다양성과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설립 당시 전국 6곳으로 시작된 자사고는 현재 전국 46개로 퍼져있다. 그러나 설립 초기부터 입시 서열화를 부추기고 교육 형평성을 헤친다는 이유로 폐지론이 대두됐었다. 학비도 일반고교보다 월평균 30만 원 이상 웃돌아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대입 간소화’는 수천가지의 대학 전형 종류를 양산했고 수능과 논술 등 평가 요소 반영 비율도 학교마다 제각각이었다. 이 같은 대입 전형으로 교사와 학생들도 입시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서울·경기 등 일부 진보 성향을 가진 교육감의 ‘외고·자사고’의 폐지 주장은 한편으로 교육자치 강화라는 새 정부 공약과의 모순점이기도 하다.
(사진=리얼미터 제공)
대구와 경북교육청의 경우 전국 교육감이 모여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이며 현재 자사고 등에 배치된 재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교육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두고 내릴 때까지 정확한 입장 표명은 유보한다는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중학교 3학년의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구 수성구의 한 학부모는 ”자사고에 힘들게 들여보냈는데 갑자기 일반고로 바뀐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폐지된다면) 차라리 학군이 좋은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녀가 대구의 한 자사고에 재학 중이라는 학부모는 ”자사고 폐지는 말도 안된다. 교육 기회의 다양성과 우수인재 양성이라는 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학생들과 학부모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자사고가 아니라면 굳이 학교 (거리)가 먼데까지 아이들을 보내겠냐“고 반문했다.
폐지를 주장하는 서울·경기지역의 교육청은 입시 위주 교육을 통해 학교 간 서열화를 방지하고 학생들 간의 교육 평등화를 표명하고 있다. 폐지 반대쪽도 만만치 않다. 외고·자사고가 결과적으로 우수한 학군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대거 쏠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른 위장 전입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46곳의 자사고가 있다. 경북에는 포항제철고, 김천고 등 2곳이며 대구에는 경신고, 경일여고, 계성고, 대건고 등 4곳이다. 외고는 전국에서 총 31곳이며 대구·경북에는 대구외고와 경북외고 2곳이 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자사고를 유지하는 입장“이라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의거해 자사고가 지정된 상태이며 평가기간이 남아있어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 신청에 의해 들어가는 것이기에 교육수요자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재학생들이 졸업하지 않은 가운데 폐지된다면 반발이 매우 거셀 것이며 학교마다의 입장차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외고 철폐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이라기보다는 교육이라는 특수성에 일방적인 방법적은 면에서 반대“라면서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라는 말도 있는데 자사고·외고 철폐를 추진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 방향이 절차적·민주적으로 가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큰 방침이 폐지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서울과 대구 등 지역성과 특수성이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사고의 경우 기숙사를 지어 외곽에 위치해 있는데 자사고가 폐지된다면 통학권이 유지되겠느냐. 학부모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의 3)에 따르면 자사고·외국어고 등의 재지정 심사는 5년 단위로 해당 교육감 주관 아래 이뤄진다. 지정을 철회하려면 법에 명시된 사유에 근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구 자사고는 계성고가 2019년, 대구외고와 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가 2020년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경북의 자사고의 경우 김천고, 포항제철고가 2019년, 경북외고가 2020년 평가가 예정됐다.
이 같은 방침은 외고·자사고 폐지 또는 존치 여부가 해당 지역의 교육청의 몫이라는 데 힘을 실어준다. 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외고·자사고의 법적 지위가 박탈될 시 폐지 수순은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고·자사고 폐지에 앞서 교육 평준화에 따른 엘리트 양성에 대한 교육방법도 고민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사고 폐지의 취지는 좋지만 지역 특성에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수요도에 민감한 각 교육청의 자율적 판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적으로도 교육열이 높은 대구 수성구의 경우 다양한 교육의 기회와 내용에 의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에 폐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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