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진흥원장·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조대원
[서울=일요신문] 정리 송승환 기자 = 가끔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친구들과 식사자리를 가져보면 대화의 주된 내용은 ‘진급’과 ‘상사(상관)’ 이야기였다. 나라 걱정, 자식 걱정도 했지만, 몇 번을 지켜보아도 이 두 가지 큰 주제를 잘 벗어나지 못했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저 두 가지 얘기를 나누지만, 최근 들어서는 ‘몇 년 후 회사를 나오면 뭘 먹고 사나’하는 은퇴 이후의 생활 얘기가 주를 이룬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얘기를 더 많이 했던 친구들이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무원 하는 친구들이 아직까지 더 순수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공무원의 삶이 더 순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비하면 자기 장사(사업)하는 친구들은 위의 두 부류들과는 남을 대하는 몸가짐새 부터가 다르다. 나이 어린 상대에게마저 먼저 고개를 숙이고 깍듯이 존칭을 사용한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겠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고 한번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 “돈 앞에 장사 있나!” “뻣뻣해서는 어디 먹고 살수가 있나!”였다.
저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을 가면서 불안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 두렵지 않은 사람도 없다.
그래서 사람은 편한 길, 안락한 길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선호하는 길이 바로 ‘안전한 길’이다. 안전한 길을 달리 얘기하면 ‘보장된 길’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재직 중에는 ‘생계보장’ ‘신분보장’ ‘정년보장’ 그리고 퇴직 후에는 ‘노후보장’까지 해주는 이 나라 유일한 직업이 공무원이다.
지금 이 나라 수십 만 젊은이들이 사활을 걸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 중에서 지금 우리처럼 공무원 시험 광풍이 불고 있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미국 유학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대학원을 두 군데나 졸업했지만 필자의 미국 친구들중 그 누구도 자신의 꿈이 ‘공무원’이라고 말했던 친구는 없었다.
머리 좋고 야심찬 아이들은 대개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로 가거나 아니면 창업을 하려고 했지, 상명하복의 분위기 속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해도 인정받는 공무원이 되려고 목숨을 거는 일은 없었다.
지금 기업에 가거나 사업을 하는 게 공무원 되는 것 보다 더 가치 있고 대단한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짧고 굵게’로 대변되는 역동성, 창의성, 도전의식보다는, ‘가늘고 길게’란 안전함과 보장성을 더 중시하는 노쇠하고 불안한 사회가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정부는 평소 주창해온 ‘혁신적 대안’의 제시 없이 그냥 손쉽게 공무원 수를 대거 늘리겠다고 한다.
복지·안전 분야의 행정력을 강화하고,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차원에서 중앙 4500명, 지방 7500명 등 무려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새로 뽑겠다고 했다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중앙정부 공무원은 그 절반 수준인 2575명으로 결정됐다.
‘선진화’ ‘글로벌화’를 공무원의 대규모 증원으로 달성했다는 사례를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공무원 수가 많아지고 관의 힘이 커져서 사회 전체가 비효율적 비생산적으로 퇴보한 사례를 더 많이 접해왔다.
갈수록 계층 간 소득격차가 커지고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더라도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확대 정책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빈곤층 기초생할보호 대상자들에게 지원되는 연간 보조금이 불과 600만원 남짓인데 반해, 공무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올해 기준으로 6120만원이나 된다.
공무원 한명을 줄이면 빈곤층 열 가정을 더 도울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부분의 인력은 뽑기는 쉬워도 나중에 소요가 줄어 감축하려면 엄청난 파장과 막대한 비용이 또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비효율과 구습을 혁파하고 ‘서민’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신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는 뭔가 크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자리 해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역경제진흥원장·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조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