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도시컨텐츠연구소 대표·행정학 박사 황춘자
[서울=일요신문] 정리 송승환 기자 = 청렴(淸廉)이란 목민관(牧民官)의 본무(本務)이며 모든 선(善)의 원천이요, 모든 덕(德)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서 능히 목민을 할 수 있었던 자는 지금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
청렴이란 천하의 큰 장사이다. 그러므로 크게 탐하는 자는 반드시 청렴할 것이니,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무릇 지혜가 깊은 자는 청결로써 교훈(敎訓)을 삼고 탐욕(貪慾)으로써 경계를 삼은 자가 없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목자(牧者)는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의 주인은 백성’이라는 사실을 천명하며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조목조목 기술했다.
다산이 강조한 공직윤리(公職倫理)의 첫째는 능력과 분수를 지키는 일이고, 둘째는 ‘청렴(淸廉)’이다. 다산은 청렴한 관리에도 급수가 있다면 중국 송(宋)나라때 학자 육구연이 쓴 ‘상산록(象山錄)’의 내용을 소개했다.
상산록에서 청렴의 최상 등급은 ‘봉급 외에는 먹지 않으며, 먹고 남는 것은 집에 갖고 가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떠날 때에는 한 필의 말로 시원스럽게 가는 것’이다.
셋째는 금주(禁酒), 금색(禁色), 금황(禁荒)을 가리키는 삼금론(三禁論). “목민관은 술을 끊고, 여색(女色)을 물리쳐야 하며, 거칠고 방탕하게 놀아선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로, 다산은 뇌물(賂物)은 아무리 비밀리에 주고받더라도 드러난다면서 사지론(四知論)을 제시했다. 아무리 감쪽같이 하더라도 하느님이 알고(천지·天知), 귀신이 알고(신지·神知), 내가 알고(아지·我知), 상대가 안다(자지·子知)는 뜻이다.
다섯째, 사외론(四畏論)에서 다산은 공직생활을 잘하는 요체로 두려워할 ‘외(畏)’자를 꼽았다. 의를 두려워하고(외의·畏義), 법을 두려워하고(외법·畏法) 상관을 두려워하고(외상관·畏上官), 백성을 두려워하면(외소민·畏小民) 허물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섯째는 제가(齊家)다. “아무리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했더라도, 가족들이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한다면 그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일곱째, 여덟째 윤리는 소신(所信)과 애민(愛民), 아홉째는 ‘말을 신중히 할 것’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준법(遵法)’이다. 이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의미와 가까운 것으로 사회 지도층의 행적이 바르지 모하면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까지 미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지난 2014년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 상가 앞 도로에서 발생한 세 차례 땅꺼짐(씽크홀) 등 각종 안전사고, 끊이지 않는 비리(非理) 등은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시민의 불신과 실망감을 극에 달하게 했다.
무사안일(無事安逸),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잘못된 관행과 민관유착, 사익(私益) 추구 등의 행태가 빚은 참사 앞에서 공직자 전체는 부패한 집단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었다.
공직(公職)은 오직 시민(市民)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이다. 자신의 사욕(私慾)을 다스리고 시민의 이로움만 우선해야 하는 귀한 자리인 것이다.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오늘, 그 해답을 목민심서에 구한다. 200여 년 전 저서의 내용이 지금의 공직자들에게 여전히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 놀라우면서 한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단법인 도시컨텐츠연구소 대표·행정학 박사 황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