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양시의회 의장·행정학 박사 박윤희
[경기=일요신문] 정리 송승환 기자 = 최근 부채 제로 도시를 선언하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대전시 유성구, 강원도 삼척시, 강릉시, 경상남도 양산시가 부채 제로 도시를 선언했으며, 경기도에서는 고양시를 비롯해 화성시, 군포시, 시흥시, 용인시, 광명시 등이 앞다투어 부채 제로 도시를 선언했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정부에서도 부채가 없으면 살기가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채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 부채 제로를 어떻게 달성했는지, 부채 제로를 통해서 재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를 예로 보자. 2010년 최성(崔星) 고양시장이 당선될 당시 인수한 부채는 2665억 원, 그중 킨텍스 전시장 2단계 건립사업으로 인한 부채가 2170억 원이었다(고양시 년도별 채무 현황 참조).
최 시장은 임기 내내 전임 시장이 남겨놓은 과다한 부채가 시 운영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부지런히 부채를 갚았다. 킨텍스의 활성화를 위해 남겨놓은 지원부지 매각을 통해 부채 제로 도시를 선언했다.
킨텍스 지원부지는 킨텍스 활성화를 위한 호텔이나 관광, 전시업체 유치를 위한 시설들이 들어서야 할 곳이다.
그런데 킨텍스 전시장이 2단계로 확대될 동안 호텔은 1개만 들어섰고, 고양시의 상주 전시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대형마트와 아파트 만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킨텍스의 연계 시설이 없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킨텍스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가 해결되면 재정 문제가 개선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부채가 없어진 현재에도 재정자립도는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2016년 고양시의 재정자립도는 50.2%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0위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행정자치부의 2016년 지방자치단체 재정평가에서 고양시는 다등급을 받았다. 경기도의 비슷한 인구 규모의 성남시은 가등급, 수원시는 나등급이다.
재정 건정성과 효율성 두 분야에서 재정운영이 건전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평가인 것이다. 이를 보면 부채 제로는 재정 건전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경기도 내 인구는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 성남시 순으로 1백만 명을 넘거나 넘을 예정이다. 이들 4개 도시의 2016년 예산액을 보면 순서대로 각각 2조4천9백억 원, 1조5천2백억 원, 2조3천억 원, 2조3천3백 억원이다.
고양시의 예산 규모가 무려 9천억 원이나 떨어진다. 그만큼 시민에게 돌아가는 예산이 적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고양시에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또한 킨텍스 전시장은 3단계 확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사업이 진행되려면 고양시는 2010년의 부채처럼 당장 큰 규모의 채무를 질 수 밖에 없다.
고양시의 부채 제로 도시 선언은 명목적인 부채 제로만 성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세수의 확보, 적정한 투자 등을 통해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준다.
/전 고양시의회 의장·행정학 박사 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