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도시컨텐츠연구소 대표·행정학 박사
[서울=일요신문] 정리 송승환 기자 = 소수의 여성들이 속해 있는 군(軍) 조직에서 함께 근무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긴다.
비단 군 조직 뿐만 아니라 공무원 조직, 민간 조직 등 여성과 남성이 함께 근무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다.
각자 주어진 책무(責務)에 신경을 써야 하고 책임량을 다해야 한다. 일도 일이지만 그 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동료 뿐 아니라 상사에 대한 예우도 필요하고 업무과 관련된 타(他)부서 사람들과의 관계, 선·후배와의 관계, 유관기관과의 관계 유지 등 만나서 관계를 맺어야 할 사람들과 얽혀 지내기 마련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치열한 경쟁도 해야 한다.
최근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뜨겁다. 군대라는 특수조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군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군은 상명하복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성범죄가 더욱 쉽게 저질러지고 더 쉽게 은폐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군 진출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여군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제도를 강화할 필요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필자가 여군 소위로 임관해 최전방 심리전 소대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당시 육군본부에서 파견 형식으로 전방 곳곳에 배치된 여군 소대원들에게 매월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근무실태를 점검하려면 약 1개월 가량 소요됐다.
지프차를 타고 가다가 기름이 떨어져 인근 부대에 들어가서 유류 보급을 받거나 검문소를 통과할 때 받았던 대접은 아주 특별했다.
귀하디 귀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여군이었고, 귀엽디 귀여운 여군 장교였다. 부대에서 정말 보기 힘든 여군이었고, “대한민국 육군에도 유능한 여군 장교가 있었구나!”할 정도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전국 모병으로 13명이 임관했으니 말이다.
복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여군들의 계급 사회에 대한 인식 부족이었다. 군은 계급이고,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지만, 막상 근무하다보면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시 필자는 군에서 상명하복 관계를 악용해 발생하는 성범죄는 일반적인 성범죄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국방부의 ‘군내 성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는 2009년 329건, 2010년 338건, 2011년 426건, 2012년 45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성범죄로 기소된 군인들의 실형 선고율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사이에 15.2%로 민간 성범죄 피고인들에 대한 실형 선고율인 34.9%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성범죄를 억제할 수 없다. 군의 성범죄는 전투력과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도 가해자에게 엄벌을 가해야 한다. 지휘라인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국방부는 성범죄 전담 기구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뒤 군내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