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수석은 지난해 6월 이종찬 초대 민정수석 후임으로 청와대 사정 사령탑을 맡아 사정라인을 진두지휘해 왔다. 하지만 정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처형인 김옥희 씨의 공천 청탁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팀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과 현 정부의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언론사가 지난해 10월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이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 수석은 9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이 대통령과 접촉 시간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관 대변인이 하루 평균 1시간 34분으로 이 대통령과 접촉 시간이 가장 길었던 반면 정 수석은 접촉 시간과 빈도 모든 항목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수석의 경우 공직 기강과 사정 업무를 관장하는 만큼 대통령과의 접촉 시간과 빈도만으로 정치적 무게를 평가한다는 게 다소 무리가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으나 정 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권력기관장 ‘빅4’의 교체 폭에 따라 정 수석의 거취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정라인의 정점이라는 사실에 미뤄 4대 권력기관장과 민정수석 간에는 긴밀한 협력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친이 그룹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청와대 사정 사령탑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과정에서 친이계 핵심인 정정복 전 의원이 민정수석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 및 사정 마스터플랜과 맞물려 친이계 핵심 인사가 청와대 사정 사령탑에 발탁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