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일요신문] 김재원 기자 =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 공천 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총선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55인 선언’ 등이 있었다.
나이도 적지 않고 5번이나 했으면 이제는 지역의 후배들을 위해 용퇴(勇退)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동생이 대통령인데 형까지 국회의원을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이 전 부의장은 나아가 한나라당 내 최다선인 6선 국회의원직을 거머쥐었다. 그렇지만 결국 2012년 비리로 구속되면서 타의로 퇴진하고 말았다.
반면, 역사를 보면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공신 장량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눈 앞의 이익을 쫓기보다는 먼 곳을 내다볼 줄 알았다. 함양에 항우보다 먼저 입성했을 때 곧바로 패상으로 물러나 후일을 도모한 일이나, 매번 전투에서 지더라도 최종 전쟁에서는 이기는 전법을 구사한 것에서 그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까지도 장량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았다. 한 왕조의 천하통일 이후 논공행상을 하게 됐을 때 그는 큰 공을 세웠음에도 후(候)에 만족하며 스스로 권력에서 물러났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바를 모두 이룬 뒤에는 미련없이 뒤돌아간 것이다.
리더나 지도자들에게 거울이 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 지역의 정치, 경제 등 많은 부분의 리더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나가기는 쉬워도 물러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자신의 것이 아닌 자리에 앉아 버텨보려는 모습도 안쓰럽지만, 물러나지 못해 조직이나 단체, 기업까지 힘들게 하는 것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며 더구나 참된 리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리더는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물러나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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