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 지난해 6월 정부가 영남권신공항 백지화 대안으로 발표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대구시가 반발하며 검증용역을 실시한 ‘김해공항 확장 타당성 검토’ 용역결과가 11개월이 지나 ‘대구통합공항 건설’ 당위성을 대변하는 자료로 둔갑해 발표됐다.
대구시는 4일 용역결과 발표에서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영남권신공항 목표였던 국가 제2관문공항 역할 수행이 어렵다”면서, “김해공항 확장과 함께,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통해 대구와 김해공항이 각각 거점공항으로 영남권 항공수요를 분담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가 예정대로 지난해 10월 결과발표를 했다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가 부당하다는 근거로 사용됐을 검증용역이 뒤늦게 대구통합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용역결과로 ‘용도변경’ 돼 버린 것이다.
그동안 용역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 실무자료로만 활용해 왔고, 이전을 추진 중인 대구공항 규모 등 윤곽이 나와 이제 발표시점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앞서 지난달 28일 지역 D 일간지에서 이번 용역결과 관련 기사가 먼저 나온 후에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시가 공식 발표한 점도 게운치 않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결과자료가 어떤 경로로 샜는지 알 수 없다”면서, “기사가 먼저 나간 후 서둘러 발표 하면 모양새도 그렇고 타 언론사에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예정된 일정대로 이날 발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용역결과에 따르면 먼저,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수용규모가 3015∼3518만명으로 국토부가 밝힌 3800만명 수용에 못미친다는 것이다.
또, 김해공항이 1본 더 추가하는 3.2㎞ 활주로 길이로는 미주와 유럽 등 1만1100㎞ 이상 중·장거리 취항 항공기(E급 이상) 이·착륙 시 중량제한 제약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신대구부산 및 남해고속도로 연결도로(7㎞) 신설과 부전∼마산선 철도 연결지선(4㎞) 신설도 대구·경북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구공항이 김해신공항이 수용못하는 500~1000만명을 분담 처리하고, 활주로도 김해신공항 보다 더 긴 3.5km 규모의 지역 거점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 용역결과에 대한 대구시의 분석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용역결과가 뒤늦게 용도변경된 것도 석연치 않지만, 용역결과와 대구시의 분석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먼저, 대구시 주장과는 다르게 3.2km 활주로로도 김해신공항이 지역 거점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국토부의 제5차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의 공항위계 상 김해공항은 ‘거점공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거점공항은 대구시가 주장하는 ‘중·장거리용’이 아니라 ‘중·단거리용’이기 때문에 3km의 활주로로도 충분히 역할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김해공항의 수요가 3000만명 수준이라면 중·장거리 노선은 이해가 되지만, 대구통합공항의 수요가 최대 1000만명 밖에 안되는데 중·장거리 취항을 위해 3.5km의 활주로를 만들겠다는 것이 더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1000만명 이하 수요로는 중·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하며, 항공노선은 수요의 함수지 활주로의 함수로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000만명 정도 수요로는 3.5km의 활주로가 불필요할 뿐 더러 반대로, 제주와 국제수요의 42%에 상당하는 중국과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을 하는 대구·경북민에게는 가까운 곳에 있는 단거리용 공항이 더 요긴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는 중·단거리, 대구는 단거리 공항 역할이 훨씬 더 합리적 배치란 주장이다.
이에 정의관 대구시 공항추진본부장은 “현재 대구통합공항이 최대 1000만명 수요가 있을 것으로 용역결과가 나왔긴 하지만, 중장거리용인 3.5km의 활주로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춘다면 김해공항의 항공수요를 더 데려 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정 본부장의 해명은 시가 용역결과 발표시 “김해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이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기능이 설정돼야 한다”고 밝힌 부분과 배치될 뿐 더러, 대구와 김해 간 항공수요를 놓고 장래 ‘치킨게임’을 우려했던 일각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용역결과는 대구경북연구원이 조사를 총괄하고 버지니아텍 트라니교수, 북텍사스주립대 홍석진 교수와 독일 베를린공대 뮬러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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