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철 교수와 드류전지
[경남=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백두산, 금강산과 더불어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산이자 수천 년 역사와 문화를 이어온 인문의 산 지리산. 그 지리산에 관한 조선시대의 유일한 산지가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경남문화연구원의 전병철(HK사업단) 교수가 번역ㆍ 출간한 김선신의 『두류전지(頭流全志)』(경상대학교출판부, 신국판, 352쪽, 2만 2000원)가 그것이다.
경상대학교 출판부(출판부장 박현곤 미술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김선신의 『두류전지』는 그동안 학계에서 종종 인용되곤 했으나 번역본이 없어 일반 독자들이 전체적인 면모를 살필 수 없었다. 이번 번역 출간을 계기로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바라본 지리산의 자연지리와 명승지, 문화유산, 문학작품, 일화 등을 총망라한 인문지리서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이 책의 편찬자인 김선신(1775~?)은 1823년 무렵 2년간 영남의 소촌역(현재 경남 진주시 문산읍) 찰방을 지낸 적이 있는데 이 기간 동안 『두류전지』를 저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선신은 “중국 곤륜산에서 나온 천하의 세 산줄기 중 하나가 동북쪽으로 흘러 백두산이 되고, 백두산에서 다시 남쪽으로 흘러 조선의 여러 산이 되고, 마침내 두류산에 이르러 그 흐름이 다한 것”으로 봤다. ‘두류(頭流)’라는 이름은 ‘백두대간이 흘러내린 산맥(백두대간(白頭流脈))’을 뜻한다고 했다.
백두산의 근원을 중국 곤륜산으로 본 점은 아쉽지만 백두산에서 두류산에 이르기까지 백두대간 산맥들의 흐름을 국토 전체와 유기적으로 파악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김선신은 다른 산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주제 설정으로 『두류전지』를 서술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산의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표(表)로 나타낸 지리서 『산경표』의 영향으로 보인다. 김선신은 『산경표』의 족보와 같은 체제를 응용하여 지리산을 인격체에 비유하여 조상(祖宗), 본체(身), 자손(子孫), 족당(族黨) 등으로 표현하여 각기 <두류조종보>ㆍ<두류신기>ㆍ<두류자손록>ㆍ<두류족당고> 등 독특한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 중에서 빼어난 경치는 금강산이 최고이며 웅장한 모습은 지리산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강산은 나라의 중심에 있어 사람들이 빼어난 경치를 모두 알고 있는데, 지리산은 남쪽에 위치하여 아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지리산의 묵묵함을 배울지언정 금강산의 찬란함을 본받지 말며, 지리산의 엄숙함에 처할 것이지 금강산의 깨끗함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리고 금강산을 재사(才士)에 비유하고 지리산을 덕로(德老)에 빗대어 빼어난 금강산보다 덕스러운 지리산을 더 높이 평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람자의 관점에서 경치가 빼어난 금강산을 최고의 명산으로 꼽는 데 비해, 거주민의 입장에서 금강산의 빼어남보다 지리산의 풍부한 토양과 너른 품을 높이 평가한 김선신의 참신한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류전지』는 서원모(1787~1858)의 『주왕산지』, 이세택(1716~1777)의 『청량지』와 더불어 문학, 역사, 지리 등 종합적인 체계를 가지고 편찬된 조선시대의 3대 산지로 알려져 있다. 『두류전지』는 두 산지에 비해 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리산의 자연지리ㆍ군현ㆍ누정ㆍ고적ㆍ문학작품ㆍ일화 등을 총망라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두류전지』는 상권의 여덟 주제와 하권의 다섯 주제로 총 열세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주제들을 살펴보면, 지리산의 조상(조종)이 되는 산들의 계보를 밝힌 <두류조종보>, 지리산의 몸체(본체)에 해당하는 산들을 기록한 <두류신기>, 지리산의 자손에 해당하는 산들을 기록한 <두류자손록>, 지리산의 계통(족당)에 속하는 산들을 살펴본 <두류족당고>, 지리산의 물줄기를 다룬 <유수경>, 지리산을 둘러싸고 있는 고을들을 기록한 <이산군읍지>, 지리산의 명승지를 선별하여 소개한 <선승편>, 지리산의 사당ㆍ서원ㆍ누각ㆍ정자 등을 기록한 <사원누정략>, 지리산의 불교 사찰과 암자를 총괄한 <범천총표>, 지리산의 유적이나 옛터를 기록한 <고적차>,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리산을 읊은 시들을 소개한 <첩산시화>, 여기까지 누락된 내용을 보충한 <보색유탈장>, 지리산에 얽힌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 들을 소개한 <두류잡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세 주제는 다시 크게 세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자연지리에 관한 내용을 다룬 <두류조종보>ㆍ<두류신기>ㆍ<두류자손록>ㆍ<두류족당고>ㆍ<유수경> 등의 다섯 주제, 지리산권의 지역적 범위와 명승지를 서술한 <이산군읍지>ㆍ<선승편> 등의 두 주제, 문화유산을 기록한 <사원누정략>ㆍ<범천총표>ㆍ<고적차>ㆍ<첩산시화>ㆍ<보색유탈장>ㆍ<두류잡지> 등의 여섯 주제이다. 현재 『두류전지』는 국립중앙도서관본과 고려대학교 도서관본 두 종의 필사본만 전해진다. 이 책의 번역은 고려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두류전지』를 저본으로 삼았다.
전병철(全丙哲) 교수는 경상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동양고전학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의 HK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조선시대 경전해석학 및 유학사상이며, 특히 그 두 가지의 상호 연관성을 해명하는 데에 연구 목표를 두고 있다.
저서로 『남명의 심학』, 『송정 하수일』, 『마음의 전쟁에서 이겨라-남명학파 잠(箴) 작품 해설-』, 『중국 경학가 사전』(공저), 『송원시대 학맥과 학자들』(공저), 『주자』(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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