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교수팀이 개발한 알루미늄 전극을 쓰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울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에너지원으로 주로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환경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친환경 무한 에너지인 태양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진 가운데 높은 광전환효율을 내는 차세대 태양전지가 UNIST에서 개발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금으로 전극을 사용해 안정적이나 고비용이었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안정적이면서 저비용의 알루미늄 전극을 사용하고 있어 태양전지의 제작 단가를 낮추면서 안정성도 높일 수 있어 주목된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진영 교수팀은 그래핀에 불소(F) 원자를 도입한 물질을 이용해 알루미늄을 쓰면서도 안정성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알루미늄 전극을 쓰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KIER-UNIST 차세대전지원천기술센터에서 추진한 결과로, 김진영 교수와 김동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제1저자는 김기환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교수다. 연구 내용은 나노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1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최근 활발히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차세대 태양전지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태양빛을 전력으로 바꾸는 광전환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20% 이상으로 보고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안정성이 낮고, 전극으로 금을 사용해 비싸다는 점 등이 상업화에 걸림돌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공기 중 수분의 영향으로 쉽게 분해돼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김진영 교수팀은 이 문제를 ‘불소 그래핀’을 개발해 해결했다. 탄소(C) 원자로 이뤄진 그래핀에 불소(F) 원자를 도입해 물을 튕겨내는 소수성을 가진 물질을 개발해낸 것이다.
김기환 교수는 “프라이팬을 코팅하는 ‘테프론(Teflon)’이라는 물질은 소수성을 뛰어난데, 이 물질이 탄소와 불소의 결합(C-F 결합)으로 이뤄졌다”며 “그래핀에 있는 탄소 자리를 불소로 치환해 테프론처럼 높은 소수성을 가지는 2차원 물질을 개발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극 층과 페로브스카이트 층 사이에 불소 그래핀을 두는 구조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를 만들었다. 그 결과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
우선 불소 그래핀이 물 분자를 튕겨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분해되는 현상을 막았다. 또 전극으로 금 대신 알루미늄을 써도 안정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기 중에서 산화되기 쉬운 알루미늄의 성질을 불소 그래핀이 보완해준 덕분이다.
알루미늄 전극을 쓰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를 개발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김동석 KIER 센터장 조임현 KIER선임연구원 김기환 UNIST 연구교수 김민진 KIER 학생연구원 장형수 UNIST 학생 연구원
김진영 교수는 “금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해 전극을 만들면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안정성을 극대화해 차세대 태양전지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인터넷의 전원, 디스플레이 기기에 적용할 기반 기술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는 유연한 필름에 물질을 코팅하는 과정인 ‘용액공정’으로 제작했다. 용액공정을 이용하면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웨어러블 기기에도 태양전지를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차세대 태양전지는 기존에 실리콘을 이용하는 무기물 전자 소자에 비해 제조공정이 단순하고 제작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높은 광전환효율에 비해 안정성이 낮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단점을 극복하는 원천기술”이라며 “앞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업화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