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 음식조리서는 17세기 중기 ‘해주최씨음식법’과 17세기 후기의 ‘음식디미방’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책자는 16세기 후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책에 수록된 음식방문과 술방문은 전통음식과 전통주 연구 및 전통 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는 이 대학 백두현 교수(국어국문학과, 경북대 BK21플러스 영남지역문화어문학연구인력 양성 사업단장)가 한글 필사본 음식방문(飮食方文,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인 ‘주초침저방’을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책의 한글방문에는 세 글자 병서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세종 시대에 만든 ㅴ, ㅵ 등의 세 글자 병서자는 15~16세기 문헌에 주로 쓰였고, 17세기 초기 문헌에도 나타난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글 음식조리서에는 세 글자 병서자가 없었다. 특히 15세기 문법을 보여주는 ‘뒷다가(두-잇-다가)’도 ‘주초침저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북대는 이 대학 백두현 교수가 한글 필사본 음식방문(飮食方文,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인 ‘주초침저방’을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한글방문, 즙장-주초침저방. (사진=경북대 제공)
대학에 따르면 한글 표기법과 종이의 지질 등을 검토한 백두현 교수는 이 책이 16세기 후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아무리 늦잡아도 17세기 초기 이후로 내려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았다.
음식조리서인 ‘주초침저방’은 낙장본으로 표지와 권두서명(본문의 첫머리)이 없어 필사자와 정식 명칭을 알 수 없다. 백 교수는 책의 주 내용이 술, 초, 김치에 대한 것으로, ‘주초침저방(酒醋沉菹方)’이라 이름 붙였다. 이 책은 모두 31면이며, 등재된 방문의 총수는 126개이다. 1면부터 29면까지는 한문방문 121개, 30면과 31면에는 한글방문 5개가 쓰여 있다. 이 한글방문들은 한문방문을 번역한 것이다. 수록된 5개의 한글방문은 ‘즙장’, ‘벽한주’, ‘녹파주’, ‘경장주’, ‘절주’ 등이다.
이 책에는 ‘안동다식’ 방문이 수록돼 있으며, 김치방문도 20개나 실려 있다. 김치 방문 중 새우젓으로 담는 ‘감동저(甘動菹)’ 김치가 수록된 최초의 문헌이라고 백 교수는 밝혔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연구 논문은 9월 중에 출판될 ‘영남학’ 62호(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 책의 김치방문은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가 연구해 그 결과를 ‘한국식생활문화학회’ 논문집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 책은 음식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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