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동양에서는 신성한 생물로 인식됐던 상상의 동물 ‘용’의 상징성과 역할을 재조명하고 해양문화와의 관련성을 재인식할 학술대회가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다.
국립해양박물관(관장 손재학)은 내달 1일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박물관 대강당에서 ‘龍, 제왕의 용, 바다의 용’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과거부터 용(龍)은 지배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신라의 석탈해가 용성국(龍城國) 출신이라는 기록과 고려 태조 왕건도 서해 용왕의 혈통임을 내세운 기록이 있다. 왕의 얼굴을 용안(龍安), 왕의 옷을 용포(龍袍)라고 하듯 용은 왕권을 은유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용은 ‘수신(水神)’의 상징이기도 했다. 용을 뜻하는 우리나라 고유어 ‘미르’는 물을 뜻하는 고어 ‘믈’에서 왔으며, 일본의 이무기인 ‘미즈치’도 물의 정령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을의 우물이나 샘에 용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농촌에서는 용신제를, 어촌에서는 용왕굿을 지내 한해의 풍년․풍어와 안전을 기원했다.
구전이나 기록에 따르면 용은 과거부터 이어진 해양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용이 그려진 농기(農旗)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용기(龍旗)’라고도 불리는 이 소장품은 국립해양박물관이 2015년 공개구입 절차를 밟아 구입했다. 190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문화재청 중요민속문화재 지정 심의중이다.
본 학술대회는 용의 문명사, 용의 상징성, 문화재 속에 표현된 용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7개 주제의 발표로 구성된다.
우선 1부에서는 기조강연인 ▲용의 문명사(야스다 요시노리(安田喜憲), 후지쿠니지구환경박물관 관장)를 시작으로 ▲용, 문명의 탄생(주나이청(朱乃誠),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연구원), ▲용, 지배자의 상징(장용준,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실장) ▲고대 한일의 용신(다나카 토시아끼(田中俊明), 시가현립대학 교수)의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신라의 호국용과 고래(鯨)의 인식 및 신앙(송화섭, 중앙대학교 교수) ▲타이완 사찰 속의 용(리지엔웨이(李建緯), 타이완봉갑대학 교수) ▲조선 왕실 속의 용(박수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한국 용기(龍旗)의 형상과 의미(김선태, 원광대학교 교수)의 발표가 진행된다.
발표와 함께 진행되는 토론은 권오영(서울대학교 교수), 이주헌(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 홍보식(공주대학교 교수), 장장식(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정진희(문화재청 감정관실 감정관), 이승해(이화여자대학교 전통복식연구실 박사), 황경숙(부경대학교 외래교수)의 순서로 진행된다.
국립해양박물관 손재학 관장은 “용은 동양문화권 내에서 등장하는 공통요소 중 하나이다”며, “본 대회를 통해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용의 상징성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학술대회는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박물관 홈페이지나 전화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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