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불과 석 달여 만에 이어졌다는 점도 정치권과 대중의 충격을 완화시켰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일종의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DJ 서거 국면에서 보다 차분하고 전략적인 대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DJ서거 국면’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마의 40%’ 고지를 넘어선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과연 어떤 요인이 작용한 걸까.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정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지율 면에서 ‘반사이익’을 챙겼다. 그간 30%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 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40% 고지를 넘어선 것. 지난 8월 25일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1.1%로 나타나 지난 7월 13일 정기조사 때(31.0%)보다 무려 9.5%p나 상승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촛불 정국 이전인 4월 조사에서 45.0%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격주 간격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리얼미터의 지난 25일 조사에서는 31.4%를 기록해 지난 11일의 30.3%보다 소폭(1.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난 한 달여 동안 이 대통령 지지층 중 전통적 지지기반인 장년층의 결집현상이 눈에 띈다. 20대층의 지지율이 19.1%(7월 14일)→18.5%(7월 29일)→16.2%(8월 11일)→15.4%(8월 25일)로 계속 줄어든 데 반해, 50대 이상 지지층은 39.6%(7월 14일)→36.9%(7월 29일)→47.2%(8월 11일)→45.8%(8월 25일)로 전체적으론 증가세를 보였다.
청와대의 자체 조사는 더 가파른 상승치를 보여준다. 지난 8월 24일 청와대는 두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각 45.5%와 46.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측은 이 같은 지지율 상승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자체 조사와 타 여론조사기관과의 수치에는 큰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올라선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최근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가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는 상황. 여론조사 전문가들 역시 청와대의 중도실용정책 강화노선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큰 몫을 차지했다는 데에 동조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정치·사회 조사팀장은 “40%대의 지지도는 청와대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일 것이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크게 흔들렸던 지지층이 다시 견고해진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인천·경기 지역, 30~40대, 자영업층, 주부층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대폭 상승했다. 이들은 기존의 이 대통령 지지율을 이끌었던 층이며 ‘경제민감층’이기도 하다. 최근 주가 및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되고 광복절 150만 명 사면, 대학등록금 후불제 도입,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등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 정책이 이들의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정책’이 지지율 상승에 밑거름이 된 것은 실제 여론조사 응답층 분석결과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본인이 ‘중도층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27%가량으로 진보층(33%)과 보수층(24%), 기타·무응답(16%)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휴대전화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리얼미터의 응답자들은 타 여론조사에 비해 젊은 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도층’의 비율은 이보다 더 높게 집계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 이 대통령이 차분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한 점도 지지율 상승의 배경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보수 계층의 반대와 국민장을 제시했던 참모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장을 전격 결정했다는 점이 이 대통령에게 반감을 갖고 있던 여론을 완화시켰다는 것.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실제로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의 대통령 지지율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KSOI 윤희웅 연구원은 “국장을 결정했다고 해서 강경 보수층들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이탈까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조문단과 접견함으로 화해 무드를 조성했지만 이들과 적극적 만남을 갖지 않는 모습으로 보수층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MB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해냈다는 것.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불과 석 달여 만에 이어진 DJ의 서거가 여론에게 주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번에는 비교적 차분한 조문 정국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이 더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충격이 검찰 조사 및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 번 혹독한 경험을 했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최대한 장례에 대해 예우를 갖추어 대통령의 이미지 상승으로 연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MB는 매우 운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학습효과를 활용해 DJ 서거 국면이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응답층의 변화상도 눈여겨볼 점이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리얼미터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지난 7월 14일(8.4%)→7월 29일(8.0%)→8월 11일(8.2%)로 8%대에 머무르던 무응답층은 8월 25일 10.1%로 다소 높아졌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음에도 무응답층이 늘어났다는 점은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들 중 ‘유보적 응답층’으로 돌아선 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