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르며 구름도 쉬어간다는 대관령에 이국적인 풍경의 아름다운 목장은 실존한다. 이름도 예쁜 ‘대관령양떼목장’이다.
위치는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상행휴게소에서 약 3백m. 도로변에서 바라보면 울창한 숲과 나무에 가려 있어 설마하니 목장이 있을까 싶다. 휴게소 뒤편의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눈앞에는 별천지가 펼쳐진다.
가을 하늘을 따라 가보는 대관령. 양떼 목장 외에도 인근에는 국내 최대의 목축장인 삼양목장을 비롯하여 오대산과 봉평 용평 등 많은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가을 대관령을 소개한다.
연초록으로 뒤덮인 넓은 초원과 양떼.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 초록 언덕은 먼 길을 달려온 도시인들에게 탄성을 자아낸다. 회색 시멘트에 갇혀 사는 도회지 사람에게 이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잘 보이기 위해 애써 가꾸었거나 화려하게 치장한 목장은 아니다. 약간은 촌티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 목장은 6만3천여평. 평평한 풀밭과 언덕 여기저기서 2백여마리 양이 뒤뚱뒤뚱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에 실웃음이 절로 난다.
양떼목장 주인은 전영대(52)씨. 한때 서울의 한 제약회사에서 영업맨으로 일하다 대관령으로 내려와 양떼를 방목해 키운다. 그의 꿈은 대관령의 초지 6만여평을 누구나 찾아와 꿈을 키우고 가는 멋진 관광목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목장의 축사 뒤 산책로 주변은 제법 큰 규모의 야생화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제 멋대로 흩어진 꽃이지만 카메라 앵글에 담으면 꽃 한송이 풀 한포기마다 어엿한 모델이 된다.
목장 한가운데 풀밭 분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무의미한 벌판처럼 보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우리나라 야생화 군락지 가운데 가장 소문난 명소 중 하나다. 야생화를 연구하는 학자나 교수들이 소문내지 않고 혼자만 슬쩍 다녀가는, 숨겨둔 명소였다.
▲ 양떼목장 언덕에 오르면 양들이 함께하는 목가적인 풍경을 더욱 잘 볼 수 있다. | ||
“시시하게 보이는 풀밭이지만 봄 가을마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어 저렇게 내버려 두었어.”
지난 여름 목장에서 만난 주인 전영대씨는 이렇게 덧붙였었다. “생화를 보려면 여름 휴가 지나고 9월 초에 오면 가장 좋아.” 그리고 지금이 야생화 보기에 가장 좋다는 그 9월이다.
목장 산책로를 따라 산비탈을 오르다 보면 전망좋은 언덕에 통나무 움막 한채가 나선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를 찍었던 세트장이다. 영화속커플 신하균과 김희선이 한겨울 눈보라를 피했던 움막은 요즘 양떼들의 그늘집 구실을 하고 있다.
능선을 굽어보며 발길을 옮기다보면 해발 9백50m, 목장의 정상부다. 나무벤치가 있는 정상에선 양들이 평화롭게 뛰노는 초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발왕산과 능경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부터는 동해나 대관령 준봉들을 감상하며 평지를 따라 걷게 된다. 정상까지 올라온 양떼들도 인기척이 나면 멀찌감치 물러서서 풀을 뜯는다. 양들은 생긴 것처럼 겁이 많은 동물. 유순한 성격인 데다 천하에 둘도 없는 겁쟁이다. 인기척만 나도 고개를 버쩍 들고는 인적없는 곳을 찾아 느릿느릿 옮겨간다. 하지만 그 표정은 너무 착하고 순하다.
양떼목장에서는 눈이 많은 겨울만 빼고 봄부터 가을까지 방목을 한다. 그래서 양떼목장을 찾으면 늘 목초지에 흩어져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양의 무리를 구경할 수 있는 것.
걷기가 수월해지면서부터는‘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 님 함께 집에 오는데∼’하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참나무, 풀무레나무, 단풍나무 등이 우거진 숲을 가로질러 편안한 길을 계속 걸어가면 산책로가 시작되는 축사 옆의 그 시시한 풀밭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목장 주인 전씨가 조성해둔 산책코스는 약 2.7㎞, 가벼운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면 약 40∼50분이 소요된다.
▲ 대관령양떼목장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 군락지. | ||
[여행 메모]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 이용, 구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 하행 휴게소에 이른다. 주차장 들어가기 전 우회전하면 맞은편 상행 휴게소로 연결.
▶숙박: 대관령 양떼목장에는 4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3개의 객실이 있다. 단체손님이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원할 경우 양고기 바비큐가 제공된다. 취사도구가 마련돼 있어 직접 취사 가능하다. 1박에 1인당 1만원선. 양고기 숯불바비큐는 1인분에 2만원을 받는다. 용평리조트(033-335-5757)나 횡계읍내의 대관령호텔(335-3301), 호성산장(333-5679)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별미: 횡계읍 인근의 청두루가든(033-335-5000)은 강원도 토속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대관령에서 나는 신선한 야채와 각종 농작물, 그리고 동해안의 해산물이 어우러져 강원도 특유의 토속음식을 엮어 낸다.
메뉴는 청두루 한정식(1만원) 한가지. 한정식에는 생선구이, 황태구이, 더덕구이, 오삼불고기, 오징어순대, 버섯과 산채, 된장찌개 등 밑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지며 여기에 밤, 대추, 은행 등을 넣고 방아다리 약수물로 지은 영양돌솥밥이 추가된다.
특히 20여가지의 반찬중 밥알과 가자미를 재료로 한 북한 전통 음식인 가자미 식혜와 오징어 몸통 속에 고슬하게 찐 찹쌀과 쇠고기, 버섯, 갖은 야채 등을 채워넣어 찜통에 쪄서 내오는 오징어순대 맛이 일품이다.
글·사진=조승열 국토문화회 ‘옛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