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엄마가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다리를 건너는 모습(위)과 다양한 물건이 가득한 영화소품실. | ||
<서편제>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취화선>,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모두 이곳의 시설과 장비, 기술의 힘을 빌어 제작됐다.
종합촬영소는 영화인들만의 장소가 아니다.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누구나 이곳에 가면 특별한 영화체험을 할 수 있다. 유명 영화가 제작된 세트와 촬영시설들을 볼 수 있고, 체험장에서는 스스로 영화감독이 되어 조명 음향 편집에 대한 간단한 체험은 물론 블루 스크린세트에서 암벽타기 연기 체험 등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도 있다.
40만 평 부지에 세워진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는 3만 평 규모의 야외세트와 6개의 실내 스튜디오, 그리고 녹음실, 현상실, 디지털시각효과팀 등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작 시설이다.
중앙에 자리잡은 영상지원관에는 일반 방문객들을 위한 갖가지 영화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전체 3층으로 이루어진 영상지원관 1층에는 영화문화관, 영상원리체험관, 의상실, 소품실 등이 있다. 2~3층은 영상미니어처 전시관, 법정세트, 영상체험관 등이다.
영화문화관은 한마디로 ‘영화박물관’ 같은 곳이다. 영화 탄생의 동기에서부터 미래 영상까지 영화의 발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각종 사진과 모형, 유물, 영화기자재 등을 전시해 놓았다. 영상원리 체험관에서는 사진 속 얼굴의 특정 부위를 늘리거나 줄여서 갖가지 얼굴 표정을 만들어 보는 이미지 메이크업, 빛의 색깔과 양만으로도 영상의 분위기를 바꾸는 조명체험, 영화의 대사 음악 음향 등을 6채널 사운드로 혼합하는 음향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영화탄생의 기본 원리를 제공한 조트로프와 쏘마트로프 등 장치를 직접 작동해 볼 수 있다.
의상실과 소품실에는 영화, CF, 기획영상물의 제작에 필요한 소품 40만여 점과 5만여 점의 의상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상미니어처 체험관에는 국내 최초 2D+3D+미니어처 합성방식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원더풀 데이즈>에 사용된 미니어처 세트가 전시돼 있다. 청계천을 모델로 만든 청계구역과 주인공 수하의 작업실, 배 무덤 등의 사실적인 표현은 그야말로 감탄스럽다.
여기서 입체영상도 볼 수 있다. 10분 남짓의 <원더풀 데이즈> 메이킹 필름을 특수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다. 그냥 볼 때는 평범한 장면들이 특수안경만 쓰면 바로 눈앞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고, 실제로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다.
▲ 영화 <취화선> 세트에서는 요즘 드라마 <토지> 촬영이 한창이다. 오른쪽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장 앞에 있는 안내판. | ||
엘리베이터와 영상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고층 빌딩 안 영화제작 현장을 관람하는 스튜디오X-PRESS, 향기와 진동 그리고 바람을 느끼며 체험하는 오감극장은 미래형 극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를 미리 보여준다.
블루스크린 세트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기회를 갖는다. 피사체를 청색배경 앞에서 촬영한 후 별도로 촬영한 화면과 합성하는 기법. 클리프행어의 절벽 장면이라든가 스파이더맨이 고층빌딩을 기어오르는 장면은 이 기법을 사용했다.
실제로는 겨우 3m 정도의 낮은 줄사다리라도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다리를 오르다가 화면에 잡힌 자기 모습을 보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아이도 가끔 있다고 한다.
영화체험 외에 흥미로운 곳은 유명 영화에서 보았던 촬영장 세트의 실물을 찾아보는 일이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서 본 19세기 말 서울 종로거리가 이곳에 있고, 전통한옥 운당여관도 실물이 남아 있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은 판문점 세트도 상시 개방돼 있다. 요즘은 지방 곳곳에 영화나 드라마를 찍은 장소나 세트들이 관광자원으로 남겨져 세트를 직접 볼 기회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종합촬영소에는 볼거리가 많다.
취화선 세트는 총 2천7백여 평 규모로 22억원을 들여 제작된, 한국영화로서는 최대 규모의 세트장이다. 기생집 상점 주막 등 57동의 건물이 들어서 세트라기보다 실제 한 마을처럼 느껴질 만큼 공을 들였다. 현재 이곳에서는 박경리 원작의 TV드라마 <토지>가 촬영되고 있어서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8천 평 면적에 설치된 판문점 세트는 촬영이 불가능한 군사분계선과 판문점 일대를 철저한 답사와 고증을 통해 완성시켰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각과 팔각정, 회담장이 그대로 재현돼 있지만, 실제 판문점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에는 번뜩이는 감시의 눈길이나 대립의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다.
종합촬영소 내 시네극장에서 관람객들은 별도 요금 없이 영화도 볼수 있다. 매달 1편의 영화를 하루 1회(13시30분, 일요일 공휴일은 2회) 상영하는데, 3월에는 장규성 감독, 염정아 주연의 <여선생 VS 여제자>를 상영중이다.
여행메모
이용시간: 종합촬영소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월요일 정기휴관). 이용요금은 기본입장료 어른 3천원, 중고생 2천5백원, 어린이 2천원.
문의: 031-5790-600
www.kofic.or.kr
가는길: 경춘국도 샛터삼거리(우회전)~남양주 진중삼거리(좌회전) 사이 46번 강변국도 중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