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반집 대문을 옮겨 놓은 듯한 용주사 삼문. | ||
용주사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그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며 세운 절. 용주사라는 절 이름은 정조가 낙성식 전날 밤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꾼 후 지었다는 후문이다.
조선 전기에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한 사찰을 간혹 건립하기는 했지만, 숭유억불정책을 펼쳤던 후기에 이르러서는 용주사를 끝으로 더 이상 왕실의 ‘원찰’은 세워지지 않았다. 원찰이란 왕실이나 귀족들이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세운 사찰이다.
본래 용주사 자리에는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창건된 청정 도량 갈양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절은 병자호란 때 소실됐고,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화성으로 옮기면서 1790년 용주사를 새로 지었다.
왕실의 원찰답게 용주사에는 보통의 다른 절에서 보기 힘든 건축물들이 다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5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문은 마치 이름 높은 양반집 대문과 같은 모양이다. 좌우에 세 개의 문이 나 있어 삼문이라 불리는데, 죽은 사도세자가 머무는 재궁(齋宮)으로서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커다란 누각 ‘천보루’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36호 천보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2층 누각. 천보루의 아래층은 대웅전으로 향하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으며, 돌기둥이 누각 전체를 떠받들고 있다.
▲ 융건릉 산책로를 한가롭게 거니는 가족들. | ||
고려 범종이 옮겨진 효행박물관에는 용주사 금동향로와 청동향로, ‘불설부모은중경판’ 등 다수의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불화와 효행도의 탁본을 직접 떠 볼 수 있다. 체험비는 불화탁본 1천원, 효행도탁본 5백원.
한편 용주사 만수리실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참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정진이 가능하다.
용주사에서 1.5k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융건릉도 함께 들러볼 만하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무덤인 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가 묻힌 건릉 주변은 참나무와 적송이 어우러진 게 웬만한 삼림욕장 이상이다.
융건릉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A, B, C 모두 3개의 산책로가 있는데 코스에 따라서 25분에서 50분 정도 걸린다. A코스는 2.5km 길이로 융릉만을 경유하고, B코스는 1.7km의 건릉만을 경유한다. 반면 융릉과 건릉 모두를 포함하는 C코스는 3km가량 된다.
융릉과 건릉은 마치 천연잔디를 깔아놓은 운동장 같다. 무덤 아래로 각각 5천 평 가까이 되는 녹색 잔디밭이 곱게 펼쳐져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잿밥’에 관심이 더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작 왕릉을 견학하는 이들보다 잔디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한가한 오후를 보내는 이들이 훨씬 많다.
★문의: 용주사(www.yongjoosa.or.kr) 031-234-0040
★가는 길: ▶대중교통: 수원역 앞에서 24번, 46번, 46-1번 버스 이용. 30분 소요. ▶자가차량: 수원역→오산방향 5백m 직진 후 우회전→43번 국도 5km 직진 후 좌회전→수원대방향 306번 지방도 6km 직진 후 좌회전→280번 군도
★먹거리: 용주사 성암가든(031-239-6100), 융건릉 개성순두부(031-223-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