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성천이 마을을 350도 휘감아 ‘육지 속 섬마을’이 된 회룡포 전경. | ||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는 금세라도 떨어질 듯 풀잎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이슬방울을 닮았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소백산 줄기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 마을을 350도 이상 휘감아 도는 모양새다. 물이 주변으로 흐른다기보다 마을이 물 위에 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가끔 회룡포 같은 ‘물돌이골’로 안동 하회마을을 들기도 하는데, 정도에 있어서 비할 바가 아니다.
이곳은 원래 회룡포가 아니라 의성포였다. 하지만 경북 의성군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용이 품은 것 같은 개울이라는 뜻의 회룡포로 이름을 바꿨다.
회룡포는 아직 손때가 덜 묻은 곳이다. 최근 명승지로 ‘지정예고’되기도 했지만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마을은 항상 조용하고 또 주변 백사장은 깨끗하다. 오염되지 않은 강물에는 피라미와 송사리, 은어 따위가 득시글거린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뽕뽕다리’를 건너야 한다. 콘크리트로 만든 정식 다리가 아니라 작은 쇠파이프를 듬성듬성 강바닥에 박고 그 위에 철판을 얹어 얽은 임시 다리다. 그 철판에 구멍이 뽕뽕 뚫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다리의 길이는 80여m로 긴 편이지만 폭은 70여cm로 매우 좁은 편. 하기야 겨우 9가구 17명이 사는 마을이니 통행시 ‘체증’을 일으킬 일이라곤 없을 것이고 그다지 불편함도 느끼지 않을 듯하다.
마을을 둘러보는 데는 1시간이면 족하다. 마을 전체 넓이는 6만 평 남짓. 대부분 논으로 이뤄져 있는데, 워낙 청정지역이다 보니 황새들이 논 한가운데서 우렁을 잡아먹거나 유유히 날갯짓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 대장전과 윤장대 등 보물이 가득한 용문사(왼쪽). 국내에서 유일한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 | ||
회룡포의 아름다움은 바로 앞 비룡산 위에서 볼 때 더 빛난다. 이 산에는 회룡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소가 두 곳 있다. 그 중 어떤 지형지물도 간섭하지 않는 제1전망소의 시야확보율이 더 낫다. 이곳에는 회룡대라는 팔각정이 있어서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비경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참 좋다.
높이가 1백90m에 불과하지만 백제시대에 축조한 원산성과 통일신라 때 창건한 장안사 등 유적이 있는 비룡산은 가볍게 트레킹하기에도 괜찮다.
비룡산을 둘러보는 데는 세 가지 코스가 있다. 1코스는 회룡포에서부터 제1·2전망소와 원산성, 사림봉을 돌아 다시 회룡포로 오는 것으로 넉넉잡고 3시간가량 걸린다. 반면 장안사에서 출발해 제1·2전망소와 원산성 등을 도는 2코스와 용포에서부터 제1·2전망소와 사림봉 등을 둘러보는 3코스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산이라기보다 얕은 구릉을 넘는 것처럼 걷는 데 무리가 없고, 각종 이름 모를 들꽃들이 반기는 길은 결코 따분하지 않다. 게다가 곳곳에 널린 산딸기를 따먹는 재미도 무시 못한다.
단 트레킹시 주의해야 할 점은 긴바지를 착용하라는 것. 제1전망소까지는 길 정리가 잘 돼 있지만 그 후로는 오솔길을 따라 가야 하는데, 허리춤까지 풀이 자란 곳도 있다. 특히 제2전망소에서 원산성에 이르는 길이 가장 심하다.
회룡포를 둘러본 후 시간이 남는다면 인근 삼강나루에도 들러볼 일이다. 삼강나루는 비룡산에서 삼강앞봉으로 난 샛길을 따라서 갈 수도 있지만, 길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회룡포를 나와서 자동차로는 15분 정도 걸린다.
삼강은 안동댐을 지나온 낙동강과 태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 죽월산의 금천 등 세 물줄기가 모이는 곳. 이곳 나루터는 김해에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안동 하회마을까지 가는 길목이었고,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곳이었다.
▲ 17세기 초에 지어진 용궁향교는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편안하면서도 고고한 느낌이 든다.(위), 통일신라 때 비룡산자락에 세워진 천년도량 장안사. | ||
7∼8월에 이곳을 여행한다면 산택연꽃공원에도 꼭 들러보길 권한다. 이곳의 연꽃은 7월이면 서서히 피기 시작한다. 용궁버스터미널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문경으로 가는 도로변에 이 공원이 있다. 휴양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큰 불편이 없다.
연꽃공원 가는 길에는 용궁향교에도 들러보자. 17세기 초에 지은 이 빛바랜 건물은 텅 비어 있어 한편으로는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편안하면서도 고고한 자태 하나만으로도 옛 건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예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는 용문사. 신라 말기에 세운 이 절은 대장전과 윤장대 등 보물이 한 가득이다. 특히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만 있다. 윤장대 안에 불경을 가득 넣고 한 바퀴 돌리면 불경을 다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는 소문에 사람들은 너나없이 윤장대 돌리기를 원하지만 석가탄신일이나 특별한 날 이외에는 허락지 않는다.
용문사는 산책길로도 그만이다. 입구에서부터 일주문에 이르는 3백여m 길 양옆으로 커다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계곡물 소리 청려하다.
여행안내
▲문의: 예천군 문화관광과(www.yecheon.go.kr) 054-654-3801, 용궁면사무소 054-650-6609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예천IC→928번 지방도→예천→34번 국도→유천→개포→장안사→회룡포 전망대.
▲숙박: 회룡포마을 향토민박(054-655-3973), 회룡포쉼터(054-655-9143)
▲먹거리: 회룡포가 있는 용궁면은 순대가 싸고 유명하다. 용궁순대(054-653-6130) 순대국밥 3천5백원. 예천읍내에서는 전국을달리는청포집(054-655-0264) 청포묵정식 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