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수도사업본부
- 예산 대폭 늘려…올해 66억원 4년 간 262억원 투입 계획
- 전체 54 배수지 중 미개량 배수지 26곳 2021년까지 완료 목표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대구시 수돗물 안전문제가 오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대두된 가운데 대구상수도사업본부가 올해부터 대구시내 배수지에 대한 보수·보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최근 대구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당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후보들을 겨냥, 지역 최대 현안인 공항문제와 ‘물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각서를 써야 할 것이라 밝힌 가운데 나온 방침이다.
대구시 전체 배수지는 모두 54곳으로 대구상수도본부는 지난 해까지 노후 배수지 28개에 대한 보수·보강 공사를 이미 마쳤다. 올해부터는 예산을 대폭 늘려 오는 2021년까지 나머지 26개 배수지에 대한 공사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상수도본부의 이같은 방침은 수돗물 안전문제가 비단 취수원 문제뿐만이 아니라 수돗물 최종 공급단계인 배수지 노후에 따른 위생문제와도 직결돼 있다는 인식에서다.
대구시는 낙동강 취수원에 대한 시민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 간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을 강조해 왔다. 지난 해 여름 심각한 낙동강 녹조현상에 따른 시민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직접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매곡정수장을 방문, 권영진 시장과 현장 수돗물로 러브샷을 해 보인 바도 있다.
한국당 대구시장 출마 예비후보인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은 9년째 표류하고 있는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와 수돗물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낙동강 취수원을 대구와 대구인근 댐의 청정수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취수원 문제와 대구시의 고도정수처리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공급되는 최종단계인 배수지 노후로 인한 위생상태가 불량하면 속된말로 말짱 도루묵이란 인식이 최근 확산돼 왔다.
지난 해 11월 지역 한 일간지는 대구 달서구 일대 수돗물을 공급하는 본리배수지 노후로 인한 심각한 위생문제를 지적했다. 벽면을 비롯해 천장, 콘크리트 기둥, 바닥슬래브, 유입·유출밸브 등 시설 노후로 인한 보수·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었다.
언론 지적에 따르면, 오랜시간 보수·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배수지 벽면과 상층면을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 대부분이 박락(오래 묵어 긁히고 깎여서 떨어짐)됐고, 바닥슬래브 대부분도 방수제(모르타르)가 떨어져 나가 바닥에 쌓여 있었다. 배수지 유입밸브와 수돗물을 가정으로 내 보내는 유출밸브도 녹투성이었다는 것.
대구상수도본부는 이같은 지적과 함께 이번 대구시장 출마 후보들이 풀어야 할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물 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당장 시급한 노후 배수지 보수·보강을 우선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예산을 대폭 늘였다. 올해는 앞서 지적된 본리배수지(58억원)와 침산배수지(8억원) 보수·보강 공사에 66억원을 투입한다. 이어 내년부터 2020년과 2021년까지 각각 65억원과 71억원, 60억원 등 4년 간 모두 262억원을 들여 전체 54개 배수지 중 미개량 배수지 26개 대한 보수·보강 공사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상수도본부가 올해부터 4년 간 배수지 보수·보강 공사로 계획하는 예산은 지난 4년 간 투입된 예산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9배에 달한다.
본부는 배수지 보수·보강에 지난 2013년 5억3700만원, 2014년 10억7300만원, 2015년 23억2900만원, 2016년 10억3000만원, 지난 해 13억7100만원을 각각 투입했다고 밝혔다.
대구시의회도 노후 배수지 보수·보강 공사가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박상태 시의원은 지난 해 마지막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대구시가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취수원 이전을 추진 중이고, 고도정수처리 공정도 어느 도시 보다 먼저 도입했지만, 배수지 노후화로 정수장에서 생산된 양질의 수돗물이 각 가정까지 그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게 된다”고 밝히고, ”예산을 집중 투입하더라도 노후 배수지 개량공사를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귀화 시의원(건설교통위원장)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취수원 이전문제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당장 시급한 문제가 노후 배수지 개량이라 보고 올해 예산을 대폭 늘였다“면서 ”취수원도 문제지만 배수지 문제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각 가정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는 노후 상수도관에 대한 개량도 중장기적으로 단계별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올해 노후 배수지 개량 사업비는 당초 37억원이었으나, 지난 해 11월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배수지 내부 개량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라 66억원으로 증액됐다.
대구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에는 내부라이닝 개량과 관련 규정에 따라 물흐름을 균일하게 하기 위해 배수지 등 내부에 설치하는 벽인 ‘도류벽’ 설치에 대한 예산이 추가돼 예년보다 예산규모가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래된 배수지는 염소에 의한 내부 방수층 박리·박락현상이 발생되고, 유입·유출배관 및 밸브, 사다리, 난간 등이 부식돼 내부라이닝 개량 및 시설물 수선을 연차적으로 예산범위 내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보강 공법도 강화했다. 대구상수도본부는 지난 2000년대 초까지는 배수지 건설 시 주로 ‘모체침투성 방수’ 또는 ‘에폭시’ 방수 공법을 시행했으나, 2009년부터는 기존 배수지 개량 및 신설배수지 건설 시 PE시트, STS라이닝, SPE패널, 세라믹 등 내구성이 좋은 공법을 시행해 오고 있다.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배관으로 교체된 유입·유출밸브. 사진=대구상수도본부
상수도본부에 따르면, ‘모체침투성 방수’는 방수재를 혼합한 모르타르를 모체에 덧바르는 공법으로, 시공 후 오랜 기간이 경과하면 방수층이 손상돼 박리·박락현상이 일어나 방수·방식기능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에폭시 방수’는 콘크리트용 에폭시수지계 방수재를 도포해 모체를 방수하는 공법으로, 마찬가지로 사용기간이 오래될 경우 방수재 분리 현상 등 문제점이 발생해 왔다.
2009년부터 시행해온 PE시트, STS라이닝, SPE패널, 세라믹 공법은 각 재질의 도막 및 패널을 모체에 부착하는 개량공법으로 내구성 및 내식성이 우수해 배수지 내부 염소에 의한 손상 및 부식, 녹 발생 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김문수 본부장은 ”당초에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노후 배수지 미개량 26곳을 개량 완료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시민들의 먹는 물 안전을 위해 2021년까지 앞당겼다‘면서 “수돗물이 공급되는 마지막 단계인 배수지 개량을 통해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