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첫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다. 고두심 씨가 연기한 ‘한경자’는 법무부 장관, 야당 대표를 거친 뒤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다. 극중 스토리는 실제와 거리가 있지만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캐릭터만으로도 고두심이 연기한 ‘한경자’는 박근혜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모두 3명의 대통령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 속에는 대통령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로 ‘촛불집회’가 거론되는가 하면, 우연히 참석한 행사에서 응모한 로또가 1등에 당첨되면서 244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되자 ‘당첨되면 모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두고 고민하는 대통령의 인간적 모습도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은 ‘전 재산 기부 공약’을 내놓았던 이명박 대통령과 광우병 쇠고기파동 당시의 촛불 집회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독주해오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이렇듯 ‘여성 대통령’의 이미지로 ‘대표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가진 이러한 이미지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주변에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친서민적이고 소탈한 대중적 이미지 전략을 구사해온 ‘내적 이미지’에 대대적인 수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새 이미지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박 전 대표가 고수해오던 친서민 이미지를 ‘중도 실용’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주게 된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당내 차기 대권 후보 경쟁을 거쳐야 하는 그가 새로운 ‘대통령상’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당위성도 더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의 상징적 이미지였던 친서민 이미지는 최근 이 대통령의 이미지로 고착화된 양상이다. 대선 후보 시절 친재벌 성향과 대기업 CEO 출신의 전력으로 서민들에게 다소 거리감을 주었던 이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친서민 정책으로 민심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했고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을 보며 재벌의 이미지를 떠올리진 않는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은 높으나 자신만의 이미지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제 차기 대권을 놓고 당내 다른 주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자신만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도 이와 같은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 차기 대권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 MB에게 뺏긴 ‘친서민적 소탈 이미지’를 대체할 이미지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상황 인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명박 대통령에 ‘맞대응’하는 이미지가 아닌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만의 ‘블루오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시점에 박 전 대표 측에서 중점적으로 고심 중인 화두는 바로 ‘행복’이다. 박 전 대표 역시 미니홈피 초기화면에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선진복지국가가 되길 바라면서…”라는 글을 써놓았다. 또 각종 행사장의 연설자로 나설 때마다 ‘행복’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국민의 행복과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보건복지위를 고수해온 것도 이와 같은 박 전 대표의 소신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국회의원으로서도 복지관련 법안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내세울 ‘복지국가 구상’의 본질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를 친서민 이미지를 대체하는 장기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어머니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 인사는 “아직도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만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차기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에서 더 나아가 온 국민이 행복한 선진복지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시대’에 고통받고 소외되었던 이들까지 모두 행복하도록 어루만지는 지도자상을 내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 진영에서는 이처럼 박 전 대표가 이야기하는 ‘행복 키워드’와 연관 지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새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미지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정치·사회팀장은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너무 많은 정보를 주면 국민들이 식상해 하진 않을까, 혹은 자신이 언론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되진 않을까 하는 심리적 인지함정에 빠져있는 듯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보다 구체화된 대통령상을 만들고 이를 자신의 이미지로 선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 팀장은 또 “차기 대선은 환경과 통일, 복지 문제가 중요 화두가 될 것이다. 요즘 박 전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는 ‘행복’ 키워드는 친서민 이미지와 그다지 구별되지도 않고 구체적이지 않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말 한마디’로 정국의 관심을 끄는 ‘키워드 정치’로 효과를 거두어왔지만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앞서 말한 환경, 통일, 복지와 관련해 핵심 이슈가 될 만한 구체적인 국가 어젠다를 내세워 이미지화시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