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산해수욕장 | ||
6백m에 이르는 긴 전나무 터널 때문인지 요즘 능가산(관음봉·433m) 내소사의 ‘설경’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설경은 아직 이르지만 계절의 중턱에 선 내소사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전나무 터널은 2백 년 전 그 길에 여전히 그대로 서 있고 숲의 끝에는 아직도 채 타오르지 못한 단풍나무들이 발걸음을 막는다.
천왕문을 지나보면 가람의 배치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천 년 묵은 느티나무가 사찰의 중심에 서 있고 문의 역할을 하는 봉래루를 지나야 본당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다. 좌우로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요사채와 설선당이 조용히 대웅전을 받들고 있다. 3층 석탑 너머로는 단청을 벗은 대웅보전(보물 291호)이 기품 있는 자태로 서 있다.
워낙 보물이 많은 절이지만 대웅보전에서는 차마 눈을 뗄 수가 없다. 석가모니 부처 뒤로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후불벽화로는 가장 규모가 큰 ‘백의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다. 재밌는 것은 관음보살상의 눈을 보면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해보면 관음보살상의 눈동자가 나의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사람에 따라 안 보일 수도 있다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꽃살문’도 눈여겨보자. 세월의 풍파 속에 지금은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8짝의 문짝을 연꽃, 국화꽃, 해바라기꽃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현존하는 꽃살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자연석을 가져와 주춧돌로 이용한 봉래루나 못 하나 쓰지 않고도 화려하면서 우아한 품격을 만들어낸 대웅보전 등 내소사의 건축은 보물 이상의 감동을 주고 있다.
격포항 '적벽강'
부안의 최대 명소는 여전히 궁항과 격포항 주변. 궁항의 아담한 해안선에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들어선 지 오래다. 고증을 거쳐 만들어 낸 세트장의 완벽함도 볼거리지만 세트장 앞의 몽돌 해안은 더욱 인기다. 물론 격포항 오른쪽에 위치한 채석강도 건재하다. 채석강은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한 해식단애로 마치 켜켜이 쌓아올린 책더미처럼 보여 아찔한 비경을 연출한다.
격포항 관광은 채석강에서 ‘적벽강’까지 이어진다. 채석강 옆에 있는 죽막마을을 경계로 하여 북쪽을 적벽강이라 하는데 수성당(지방유형문화재 제58호)이 있는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이 펼쳐지는 해안선 약 2km까지를 지칭한다. 특별히 뛰어난 절경이라기보다는 붉은 색 암반과 절벽이 석양에 반사할 때가 장관이다.
변산해수욕장 '솔섬'
변산해수욕장은 격포에서 약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다.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떠나도 좋은 곳이다. 서해를 대표하는 3대 해수욕장 중 하나로 평균 수심이 1m밖에 되지 않는 이곳은 하얀 모래와 푸른 솔숲이 어우러져 ‘백사청송’으로도 불린다.
이곳 솔섬 앞에서 보는 일몰은 월명암 낙조대의 그것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끝도 안 보일 만큼 넓게 펼쳐진 해안선 위로 점점이 떨어지는 석양은 장엄함 대신 온화하고 따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맑은 날의 일몰만이 아니라 구름 낀 날이나 해무 가득한 날의 저녁바다도 괜찮다.
팔각정에서 해안 전체를 조망할 수 있지만 팔각정 옆으로 난 비탈길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좋다. 물이 빠진 해안선을 따라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 많지만 한쪽에서는 가족들의 갯벌탐사가 한창이다. 올겨울 서해안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 중 한 곳이다.
팁(Tip): 변산반도를 여행할 때에 표를 이중으로 사지 않으려면 먼저 산 입장권을 잘 보관해야 한다.
박수운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