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지금도 그때의 촉감과 풍경이 생생합니다. 죽이고 싶을만큼 저를 분노케 했던 가해자였지만 그 못지않게 공포스러웠던 건 모른척 못 본 척 지나간 사람들의 눈이었습니다.”
미투(Me too) 발언대에서 이같이 말한 대구여성의전화의 한 회원은 끝내 무대 뒤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5차 대구여성대회’가 열린 8일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는 보라색 우의를 입은 200여명의 여성들이 몰렸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이번 여성대회는 여성선언 발표에 이어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발표가 진행됐다. 디딤돌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적극 대응한 정애향 수성구의회 의원과 직장 내 성폭력과 갑질 폭력에 끝까지 투쟁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성서농협지회가 받았다.
성평등 걸림돌은 수성구의회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에 대해 가해 의원의 제명을 반대한 의원 8인에게 돌아갔다. 동료의 성추행을 방관하고 윤리위원회에서의 제명을 반대하는 등 성평등 의회를 만드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수성경찰서도 걸림돌을 받았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상담 메뉴얼을 지키지 않아 2차 피해를 낳게 하고 심지어 피해자들의 입을 막았다는 주장이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앞으로 미투특위 결성을 통해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필요한 법개정은 물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 중구 동성로 2·28중앙기념공원에서는 ‘세계평화의 빛 온 세상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여성 축제가 열렸다. (사)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대구 동성로를 비롯해 서울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인천 서곶 근린공원 등 전국 주요도시 20여 곳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해 불빛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IWPG 대구지부 회원 500여명이 ‘PEACE’와 ‘HEART’를 표현한 랜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최강미 IWPG 대구지회장과 김혜정 대구시의원, 배지숙 시의원, 박영순 예당교육원 원장 등 주요인사를 비롯해 IWPG 대구지부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최강미 IWPG 대구지부장은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여성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화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면 그 힘으로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고 온 세상을 평화의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세상을 향한 평화의 나팔이 되어줄 것을 부탁했다.
배지숙 대구시의원은 “여기에 천사들이 함께하는 것 같다. 여성들이 모성애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듯, 모성애로 정치를 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문화예술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전세계의 평화가 대한민국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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