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배율 ‘루페’를 이용해 코스모스 안을 관찰하는 체험객들. |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윤동주 ‘별 헤는 밤’). 그랬다. 별은 저마다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존재 그 자체였다. 그 별들이 보이지 않으니 마치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듯 황망하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 오늘 같은 가을밤에는 잃어버린 별을 찾아 한번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은 수줍게 빛나던 별빛을 무참히 삼켜버렸다. 별을 찾아 떠나는 길은 단 한 가지 ‘인공의 섬’ 도시를 벗어나는 것뿐이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옥전리 노목마을은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타고 10리 넘게 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오지다. 이 마을 끄트머리에 추억의 보따리가 보관된 ‘별새꽃돌자연탐사과학관’이 있다. 이름 그대로 별과 새와 꽃과 돌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공간이다. 작은 물레방아가 과학관 앞에서 버겁게 돌아가고 연못에는 물방개와 소금쟁이가 춤을 춘다. 주변은 온통 꽃밭이다. 코스모스와 별꽃아재비, 쑥부쟁이 등이 계절을 노래하고 있다. 새들의 지저귐은 콧노래처럼 흥겹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도 경쾌하다.
밤이 깊어지자 과학관 사방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다. 그런데 어둠이 한 꺼풀씩 옷을 껴입을수록 오히려 하늘이 빛났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별이었다. 하나둘 머리 위로 오르기 시작한 별들은 금세 온 하늘을 가득 채웠다.
단지 별을 본다는 것 그 이상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별자리공부는 필수다. 별이 한창 떠오르던 그 시각, 과학관에서는 별자리교육이 한창이었다.
돔 모양의 지붕을 가진 플라네타리움에는 또 다른 별들이 어둠을 밝혔다. 지붕에 투영되는 별자리를 보는 초롱초롱한 체험객들의 눈빛. 광속으로 별자리와 별자리를 여행하며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추억의 한 장을 채웠다. 관심은 곧 앎으로 통한다. 별자리 강사 전희배 씨의 설명은 그대로 뇌리에 박혔다. ‘견우와 직녀 사이에는 은하수라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견우가 직녀에게 준 반지는 아직도 허공에 매달려 있다’(반지성운)는 슬픈 전설을 시작으로 별자리 이야기는 이어졌다.
혹시 국자 모양 별자리가 무려 다섯 개나 하늘에 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큰곰자리, 작은곰자리가 있고 그 모양 때문에 ‘가을의 대사각형’이라 불리는 페가수스자리도 국자 모양 별자리의 일부다. 그중 가장 작은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작게 뭉쳐 있어서 좀생이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대표적인 겨울철 별자리로 이 별이 보이면 조상들은 월동준비를 했다.
▲ 별새꽃돌자연탐사과학관 전경(위), 조류탐사에 나선 어린이체험객들. 사진 제공=별새꽃돌자연탐사과학관 | ||
1시간 동안 계속된 별자리공부 후 이어지는 실제 관측. 안드로메다은하와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알비레오 등이 망원경 속에 잡혔다. 생전 처음 들여다보는 우주의 모습에 다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들. 관측 강사로 나선 최성욱 씨는 그 질문에 답을 하느라 진땀깨나 흘린다.
별들은 관측을 하는 사이에도 자리를 이동했다. 일주운동을 하는 것이다. 지구 자전축의 북쪽 머리 위에 있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은 1시간에 15도씩 회전한다.
별의 일주운동은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다. 별자리이야기 강사로 나섰던 전희배 씨는 “별의 일주운동 촬영에 도전해보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다 더 별자리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별의 일주운동을 촬영하려면 대중화된 디카보다 예전의 수동식 기계카메라가 더 유리하다. 기계식카메라는 배터리 소모가 적고 디카의 최대 약점인 장시간 노출시 노이즈가 생길 일도 없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해 렌즈의 초점거리를 무한대로 놓고 B셔터로 촬영하면 된다. 렌즈는 50㎜ 정도면 적당하다. 보다 많은 별들의 일주를 넓게 잡고 싶다면 광각렌즈를 사용하면 된다.
일주운동 촬영 외에 별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잡아내는 점상촬영에도 도전해보자. 이때 주의할 것은 노출을 오래 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적당한 노출 시간은 15초 정도. 그 이상이면 별들이 운동하기 때문에 흔들려 보인다.
자연탐사과학관에는 천체관측 외에도 꽃과 새와 돌과 만나는 자연여행프로그램이 있다. 쌍안경으로 과학관 주변의 조류를 탐사하고 수십 종류에 달하는 광물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 체험객들이 별자리 관측에 앞서 관측 대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
참, 별자리여행을 떠날 때는 두툼한 옷을 꼭 챙기자. 가을로 접어들어 밤바람이 꽤 차갑다. 특히 천문대가 위치한 곳은 보통 산 속 깊은 곳. 어느 곳보다 더 빨리 겨울이 온다.
여행 안내
★길잡이: 중앙고속도로 제천IC→충주 방향→5번 국도→탁사정 지나 옥전2리 입구에서 좌회전 후 4㎞가량 직진
★잠자리: 별새꽃돌자연탐사과학관에는 플레이아데스, 동고비, 좀꽃마리 등의 숙소가 갖춰져 있다. 숙박체험프로그램을 신청할 경우 이곳을 이용하게 된다.
★먹거리: 황기 엑기스를 첨가해 만든 황기국수가 별미다. 황기는 체력보충에 좋다. 하소동 제천경찰서 인근에 있는 ‘황기마당촌(043-642-6162)’이 유명하다. 황기콩국수와 칼국수가 있고 황기비빔밥도 맛있다.
★문의: 별새꽃돌자연탐사과학관(http://ntam.org) 043-653-653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